하반기 스마트폰 출시 앞두고 현장에선 불법보조금 난무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  “안 그래도 공시지원금이 좀 올랐어요. 원래 최신폰 나오기 전이 핸드폰 바꾸기 딱 좋을 때죠”

 

다음달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0'을 시작으로 하반기 스마트폰이 줄줄이 출격을 앞두고, 이통3사는 상반기 출시된 스마트폰의 공시지원금을 일제히 올렸다. 일부 온라인 매장 등에선 불법 지원금까지 얹어 공짜폰까지 등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8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에 총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공시지원금에 제동을 걸었지만 현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11일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구입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사방에서 “고객님 어떤 거 알아보러 오셨어요” “뭐 찾으세요” “가격 알아봐드릴게요”라며 호객하는 소리가 들렸다. 

 

평일 점심이 막 지난 이른 오후임에도 각 통신사의 쇼핑백을 든 손님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주로 20~30대의 젊은층이었지만 나이든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사람이 많아 개통이 늦어지자, 위층 식당가로 발걸음을 옮겨 시간을 때우는 고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기자도 한 가게에 들어가 가격을 알아봤다. 안드로이드 휴대폰을 구매하고 싶단 의사를 밝히자 점원은 반색하며 “안 그래도 공시지원금이 좀 올랐다. 원래 최신폰 나오기 전이 핸드폰 바꾸기 딱 좋을 때”라고 부추겼다.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LG벨벳의 가격을 알아봤다. 당초 출고가는 89만9000원. 통신사별 공시지원금은 요금제에 따라 ▲SK텔레콤 10만~15만원 ▲KT 25만~48만원 ▲LG유플러스 32만6000~50만원 정도로 다소 차이가 난다. LG유플러스 이용 고객이 6개월 동안 약 8만원선의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LG벨벳을 39만9000원에 구매하는 식이다. 여기까진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이 아니다.

 

최근 이동통신3사는 LG벨벳의 공시지원금을 대폭 올렸다. 다음달 삼성전자가 새로운 갤럭시노트 시리즈인 ‘갤럭시노트20’을 공개하기 전에 악성 재고가 쌓이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신제품이 출시돼서 직전 모델의 공시지원금을 올린 건 아니다. 원래 공시지원금은 상황에 따라 조정 한다”며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시지원금이 필요한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LG벨벳의 가격을 묻는 기자에게 점원은 슬그머니 계산기를 내밀었다. ‘얼마까지 생각하고 왔냐’는 의미다. 기자가 생각한 가격을 얘기하자 그는 다시 계산기를 두드렸다. 구체적인 액수는 침묵 속에 계산기 숫자로 표시됐다. 그는 자기네 매장에선 똑같이 월 8만원 이상의 5G 요금제를 6개월 동안 유지할 경우 합법적인 공시지원금 50만원에 현금 40만원을 ‘페이백’해줄 수 있다며 계산기에 ‘0’을 적었다. 89만9000원짜리 스마트폰이 공짜폰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13일 신도림테크노마트 전경 (사진 속의 업체와 위의 사례는 관계 없음)

통신대리점이 사비를 고객에게 줘 가면서 판매를 할 이유는 없다. 통상 불법보조금은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유통‧판매업자에게 지불하는 판매장려금, 속칭 리베이트다. 대리점에 가야할 돈을 소비자에게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는 셈이다.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셈이다. 

 

 

제 값 주고 사면 호갱’이라는 인식은 인터넷에도 팽배하다. 한 네이버 카페다에는 ‘최저가 폭격중’ ‘피난처’ 등으로 에둘러 표현하며 공시지원금에 불법보조금을 더한 최저가로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선전한다. 단통법에 걸릴 위험이 적은 소위 피난처’ 좌표가 공개되면 해당 카페에 가입돼 있는 소비자들은 해당 매장에 찾아가 휴대폰을 싼 값에 구매하는 구조다.


한 소비자는 “아는 형 소개로 스마트폰을 싸게 샀다. 카드 할부로 계산하고 통신사를 바꾸니 공짜가 됐다. 이후 몇 달 뒤 통장에 ‘페이백’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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