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전 육군대장.

 

[스페셜경제=장순휘 정치학박사]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공관병 갑질’로 물의를 빚었던 박 전 대장은 지난 11월 4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갑질 의혹’을 제기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삼청교육대’ 입소 대상으로 언급했다.

회견 이후 논란이 일자 자유한국당은 제21대 총선대비 1차 인재영입대상으로 거론되던 박 전 대장을 영입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박 장군 발언의 진의(眞意)는 군대도 안 갔다고 온 임재훈 소장의 과거 의혹 폭로행위로 군인의 명예를 송두리째 파산을 당했던 심적 고통에서 인간적으로 그를 향해 은유적 표현으로서 ‘삼청교육대’를 언급한 것이지 그것을 정당화하거나 정의롭게 포장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추가적인 해명은 다음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불법적이고 비인권적이었던 삼청교육대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한 의도를 밝혔고, “(군대도 안가 본 임소장은) 극기훈련을 통해 단련을 받으면 자신의 (군을 기피해 군의 실상을 모르고 활동하는) 모습을 되돌아보지 않겠느냐 하는 분노의 표현”이라고 설명한 점도 공감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사전달에 해당한다. 그리고 “사과한다는 것은 임 소장이 해온 비이성적이고 비인권적인 행동을 인정하는 결과”라며 사과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임태훈 소장의 과거 전력에는 ‘비(非)양심적 병역거부’로 국방의 의무를 기피하고 감옥을 선택했던 자이고, 동성애자(게이)로 알려져 있는 특이한 인물이다. 그런 자가 군을 대상으로 <군인권센터>라는 것을 만들어 군 인권을 거론한다니 기가 막히는 일이다. 작년에 박 장군과 악연(惡緣)으로 터진 사건이 ‘공관병 갑질사건’이다. 이 일로 박 장군은 현역 대장으로서 치욕적인 불명예 전역을 당했던 것인데 재판 결과는 지난 4월에 뇌물은 무죄로 판명됐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 400만원으로 끝났다. 대한민국 육군 대장이 이 만한 일로 옷을 벗는 게 맞을까?

그리고 박장군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삼청교육대’는 그 어떤 정치적 의미를 담아 쓴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은유적 단어사용이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은유는 모든 언어의 편재하는 원리이다. 실상, 모든 언어들은 은밀하게 의미에 영향을 미치는 깊이 묻힌 은유적인 구조들을 포함하고 있다”라고 문학가 테런스 호우크스가 주장한 바 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일상에서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면 “이 돼지같은 놈아, 혼자 다 쳐먹을거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를 수 있다. 이 표현에서 그 친구를 ‘돼지’라는 동물로 표현한 인간적 비하라기보다 기분에 따른 ‘표현의욕’으로 그 현상에 대한 강렬한 비유로서 웃어넘기는 것이 보통의 언어생활이 아닌가?

지난 8월 11일 북한의 외교국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칭해 ‘남조선 당국자’로 비하하고, 심지어 ‘바보는 클수록 더 큰 바보’, “정말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웃겨도 세게 웃기는 사람” 심지어 ‘겁먹은 개’라고 조롱하는 등 은유적 막말폭탄을 공개적으로 발표했을 때는 왜 한 마디 말도 못했을까? 언론은 왜 그리 조용했을까?

통상 표현의욕이 강렬하면 할수록 문학에서나 일상 언어에서 비유를 쓰게 되는 것이라고 문덕수 시인은 그의 저서 <오늘의 시작법>에서 정확하게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삼청교육대’를 임태훈에게 적용한 은유적 표현이 적절했는가 부적절했는가를 우선 판단의 근거로 살피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라고 사료된다.

박 장군의 표현의욕이 부적절했다면 그 점을 따져 물어야하는데 타당성이 무시되고 삼청교육대를 입에 올렸다고 침소봉대(針小棒大)해 여론타살(與論打殺)을 하는 정치현장의 기득권 갑질 정치문화의 극치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암울한 단면을 본다. 어렵게 정치에 입문해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박 장군을 감싸지는 못할망정 여당과 함께 야당의 당대표나 중진의원들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면서 인재를 몰아내는 정치판의 한심한 갑질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예비역 직업군인들의 군심(軍心)을 잡을 기회를 정치권은 스스로 편협함으로 버린 것을 알까?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장순휘 정치학박사 speconomy@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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