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뉴시스]

[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처음만난 여성을 상대로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준강간)로 재판에 넘겨졌던 래퍼 정상수씨(35)가 무죄로 확정됐다. 이번 판결에서는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여성이 사건 당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행위를 한 것이 관건으로 작용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정씨의 준강간 혐의에 대해 범죄사실을 증명할 만한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법리상 오해가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22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클럽 앞에서 처음 마주친 해당 여성과 정씨는 서로의 일행과 어울려 함께 술을 마시러 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술에 취한 여성을, 정씨가 택시에 태워 고양시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택시가 집 앞에 멈추자 조수석에서 내린 정씨는 뒷좌석에 누워있던 여성의 어깨 아래 등 부분과 무릎 뒷부분을 받쳐 안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법원은 당시 이들이 탔던 엘리베이터의 CCTV 영상에 주목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해당 여성이 정씨의 한쪽 팔을 붙잡고 있었으며, 정씨가 두 차례 여성을 들고 있던 팔을 움직여 자세를 고쳤을 때도 여성은 동일한 자세를 취하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특히 당시 해당 여성은 얼굴 위로 흘러내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겨 고정시키는 등 어느 정도 의식이 있어 보인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준강간이란 형법 제299조에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것’이라고 명시된 바 있으며, 법원은 해당 여성이 당시 심리적 또는 물리적인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본다는 입장인 것이다.

아울러 해당 여성이 정씨 집에 들어갔던 시간은 오전 6시 53분이었으며 성관계 직후 친구 에게 전화를 걸었던 내역이 확인됐는데 그 시간은 오전 7시 15분으로 22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 전화를 받았던 여성의 친구는 법정에서 “당시 친구의 말투가 평소와 다른 것이 없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법원은 만취로 인해 항거불능 상태인 사람이 22분 만에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문제 없이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회복이 된다는 것은 사실로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한 여성이 침대에 눕혀지는 과정과 당시 입고 있던 청바지가 벗겨지는 과정, 성관계 과정까지 그 시간 안에, 항거불능 상태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다는 것이다.

해당 여성은 진술 시 전후 사정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이는 술을 마신 후 나타나는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인 블랙아웃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여성이 그런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성관계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던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정황으로 법원은 정씨에 무죄를 판결했으며 법조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법원의 이번 판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준강간을 별도 법으로 둔 것은 설령 술에 취한 사람이 의사를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는 해도, 정상적인 의사 표현을 할 수는 없던 상황인 점을 반영해서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판결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래퍼 정상수씨(35)는 지난 2018년 2월 18일 새벽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지나가던 행인에 이유 없이 욕을 하며 위협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경법죄처벌법위반), 같은 장소에 주차돼있던 오토바이를 발로 차 넘어뜨려 우측 발판 등에 손상을 입혔으며(재물손괴) 편의점에서 진열대에 머리를 들이받는 등 약 5분 동안 영업을 방해한(업무방해)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정씨는 이번 재판에서 해당 혐의에 대한 재판도 함께 받았으며,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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