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간 ‘왕실장’은 조용한데…조국은 ‘친문후계자’ 낙점?

▲(좌)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문재인 정권에서 ‘왕실장’이라 불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던 인물이 있다. 바로 임종석(53) 전 청와대 비서실장(현 아랍에미리트 특임 외교특별보좌관)이다. 


본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인사이자 박원순계로 불렸던 임 전 실장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되면서 신(新)친문(친문재인)계 인사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 1월 비서실장 임기를 마친 임 전 실장은 내년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6월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1번지에 둥지를 튼 것인데, 종로지역구 터줏대감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국회의장)이 예상 밖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스텝이 꼬였다는 후문이다.

반면 문재인 정권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인 조국(54)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근 SNS(소셜네트워크) 활동과 법무부 장관 지명 등으로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을 받으며 친문 패권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여권에서 대두되고 있는 ‘호남 후보 필패론’, ‘PK 후보 필승론’과 맞물려 친문 패권의 대표주자인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 대해 면밀히 짚어봤다.


다가올 총선 그리고 대권, 차기 후계자는 누가되나?

호남·전대협·광흥창임종석 vs ‘PK·사노맹·재수회조국

 


◇이낙연은 친문이 아니다?=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내 친문 차기 대권주자로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이 꼽히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견제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19일자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전직 친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정권 초만 하더라도 이 총리에 대한 분위기는 좋았다. 그런데 이 총리가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되면서 곱지 않은 시선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호남 후보 필패론’과 같은 말들도 흘러나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총리가 친문이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이왕이면 친문 후보가 대권을 잡아야 한다는 게 우리 쪽 생각이다. 이재명·박원순을 견제했던 것과 비슷한 차원이다.”

또 다른 친문 의원도 해당매체를 통해 이렇게 전했다.

“무엇보다 예전의 이낙연이 아니지 않느냐.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력 대권 후보다. 그가 당으로 돌아오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아직 마땅한 주자를 구하지 못한 친문으로선 더욱 그럴 것이다. 당분간 이 총리가 돌아오지 않길 바라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진 이 총리는 당초 3기 개각 과정에서 교체가 유력했다. 하지만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는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규제에 이은 화이트리스(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로 인한 한일 갈등 심화 등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해당매체를 통한 친문인사들의 발언을 비춰봤을 때, 이 총리의 유임 결정에는 또 다른 배경이 작용했을 수도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떠도는 안·이·박·김 살생부 중 ‘이’가 이재명 경기지사에서 이 총리로 바뀐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


◇‘운동권의 전설’ 임종석, 신(新)친문 실세로=이 총리와 같이 임 전 실장도 한 때 여권 내에서 비토론이 나돈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 해외 순방 당시 임 전 실장이 이른바 ‘맥아더 선글라스’를 낀 채 DMZ를 시찰한 것을 두고 그랬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청와대 2인자’로 불리며 ‘왕실장’이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임 전 실장이다. 당시 여권 내에서 떠돈 교체설은 문 대통령의 신임으로 ‘루머’로 일단락 됐다.

임 전 실장은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 당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함께 문재인 대선 캠프의 핵심인 ‘광흥창팀’을 이끌어 대선 승리를 견인한 인물로 꼽힌다.

대선 캠프 때부터 문 대통령을 보좌한 임 전 실장은 1989년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을 맡은 인물로 당시 임수경의 방북을 도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국에 10만 장의 수배 사진까지 붙게 했다.

그럼에도 그는 1년 가까이 교묘히 수배망을 따돌려 담당 형사를 과로사하게 했다는 후문이 나돌게 할 정도로 ‘임길동’이라고 불리는 운동권의 전설이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현 정권에서 조직 장악력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큰 뜻 품은 임종석, 종로서 사면초가=걸어 다니는 ‘문심(文心)’으로 평가받던 그가 정치 1번가인 종로에서는 사면초가 상황에 내몰렸다.

내년 4·15 총선 종로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6월 서울 은평구에서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했지만, 6선 중진으로 종로에서만 재선을 했고,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 주장하는 무소속 박지원 의원조차 ‘김대중의 후계자’로 인정할 정도로 선거계의 ‘조용한 제왕’으로 불린다. 또 정 의원은 평소 지역구를 잘 관리해와 여권 내에서는 종로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후보로 꼽힌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임 전 실장이 굳이 종로에서 출마를 해야겠냐, ‘정세균’이란 벽을 넘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임 전 실장 입장에선 종로로 이사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지역구에 출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른 지역주민들이 그의 진정성을 인정해주겠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 전 실장이 아예 총선에 불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을 노린다는 것인데, 그러면 2년이나 더 야인생활을 해야 한다.

안 그래도 조국 전 수석이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연일 ‘이슈메이커’가 되는 상황에 임 전 실장의 야인생활이 길어질 경우 제아무리 신친문 실세일지라도 정치적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지선에 나온다한들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둘 경우, 임 전 실장의 서울시장직 또한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 때 잘나갔던 ‘왕실장’이 지금은 종로 출마 여부를 놓고 자신의 정치인생을 좌우할 결단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임 전 실장이 종로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종로는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랬듯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인라면 거쳐 가야 할 핵심코스 중 하나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임종석 아랍에미리트 특임 외교 특별보좌관이 지난 227일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 공식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자천타천 ‘포스트 문재인’ 조국=종로 출마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임 전 실장과 달리 최근 법무장관에 내정된 조 전 수석은 일생일대의 정치적 황금기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조 전 수석은 지난 2012년 민주당이 대선 패배 후 결성된 ‘재수회(문재인 후보를 재수시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의 멤버로 여권에서는 ‘진문(진짜 친문)’으로 통한다. 또 검찰 출신이 아닌 학계 출신의 민정수석으로 ‘최장수’ 기록도 일궈냈다.

이러한 그가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페이스북 게시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찍어대는 ‘극우, 친일파’ 낙인,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들에게 쏟아내는 ‘Fake News(가짜뉴스)’ 낙인 등 방송인 김어준 뺨 칠 정도로 ‘뉴스공장장’ 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조 전 수석의 행적을 보면 논리보다는 낙인을 찍고, 니편내편 가르는 반(反)지성적 정치가 딱 트럼프(미국 대통령) 스타일”이라며 “조 전 수석이 교수시절 때부터 현실정치에 관심 없다고 하지만, 그의 행적을 보면 굉장히 강한 권력의지를 볼 수 있다. 난 그가 대선에 도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조 전 수석의 고향이 PK(부산·경남·울산)인 점도 친문진영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했다.

지난 9일자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권 내 친문진영에서는 지역 구도와 여권 내 역학관계 등을 감안할 때 차기대선 후보도 노무현 전 대통령,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PK인사여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낙연 총리 부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호남인사의 경우 PK지역으로의 외연 확장이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PK인사는 진보좌파 이념으로 호남지역을 공략할 수 있는 선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해당매체를 통해 “국회의원 총선거나 대선의 승패는 결국 PK에서 판가름난다”며 “‘간판’이 PK 출신인 점은 선거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조 지명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 힘 빼기에 적극 나서며 대중적인 지지를 끌어 모은 뒤 곧바로 대선 가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즉, ‘호남 후보 필패론’으로 견제를 받고 있는 이 총리와 같은 호남출신이자 종로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임 전 실장과 달리 ‘PK 후보 필승론’으로 조 전 수석이 친문진영의 차기를 책임질 ‘황태자 및 후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
 

윤석열, 조국에 ‘니가가라 하와이’할까
친文차기, 정치적 난관 극복해야 쟁취

 

▲(좌)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대권가도’ 변수는 윤석열?=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선 명실상부 친문진영 핵심 차기로 지목되고 있는 조 전 수석에게도 예상 밖의 복병이 생길 것으로 관측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조폭과 검사는 어떤 면에서 한끝 차이”라면서 “조폭식 의리로 살아온 검찰총장 아래 검찰이 앞으로 어떤 모습일거 같나. 조폭식 조직 논리로 운영될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조폭식 의리’ 언급은 ▶윤석열 총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윤 총장은 당시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적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청문회 말미에 윤 총장이 윤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됐고 ▶이를 두고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이 ‘국민들이 조폭들이 조폭적 의리를 과시하는 영화 장면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비꼰 것과 같은 지적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이 현실화될 경우, 윤 검찰총장과의 호흡이 기대된다”며 “호리호리 부잣집 도련님 같은 외모의 왕자병 법무부 장관에 고개 빳빳이 쳐든 조폭 같은 검찰총장 연상해 봐라. 얼마나 재밌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영화 친구 명대사인) ‘니가 가라 하와이’를 몹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되면 ‘부잣집 도련님’인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자와 ‘조폭’ 윤석열 총장의 전면전이 일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물론 이 같은 관측은 확대해석에 가까울 수 있지만, 실제 지난달 26일자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검찰 인사를 놓고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조 전 수석과 윤 총장 간의 치열한 물밑 ‘기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와 검찰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실상 ‘검찰의 2인자’로 통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재경지검장 자리를 놓고도 조 전 수석과 윤 총장 간의 줄다리기가 팽팽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해당매체는 ‘함께 손발을 맞춰서 한 번도 일해본 적이 없고 성격과 스타일이 전혀 달라 정권 말 정치적 사건에 검찰이 사정의 칼날을 대야 하는 상황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고위 간부 인사를 시작으로 향후 적폐수사, 살아있는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 수사권 조정 등 사안 사안마다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좌)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친문차기’ 曺·任 공통점…‘국보법’ 위반=조 전 수석은 지난 1993년 울산대 교수 재직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사회주의 혁명 달성을 목표로 했던 남한사회주의노동자 연맹, 이른바 ‘사노맹 사건’에 연루돼 6개월 동안 구치소 생활을 한 것이다.

이와 관련, 조 전 수석은 9년 전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국보법 위반 전력도 있고, 청문회 통과를 못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었다.

이러한 전력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조 전 수석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2일 당 최고위원회를 통해 “조 지명자는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노맹 관련 사건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던 사람”이라며 “과연 조 지명자가 이 일들에 대해서 자기반성을 한 일이 있었나.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한들 국가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이 법무장관에 앉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얘기인가”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조 지명자는 이미 무능이 명확하게 드러난 인물”이라며 “민정수석의 가장 큰 임무인 인사검증에 실패해 무려 16명의 장관급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본연의 업무는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SNS 정치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데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즉각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된다”며 “독선과 오만의 국정 운영은 불행한 종말로 이어진다는 역사적 교훈을 대통령은 반드시 명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보법 위반’이라는 전력을 소유한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 이 두 사람에게는 ‘친문 차기주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다만, 현재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 건 단연코 조 전 수석이 우위에 있다.

그러나 소위 잘 나가는 조 전 수석에게도 법무부 장관 청문회 통과와 향후 검찰 개혁 과정에서 윤 총장과의 예상치 못한 충돌 등 앞으로 헤쳐 나가야할 과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아울러 임 전 실장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종로에서 보이고 있는 모습은 아직 뜨뜻미지근해 보인다.

앞으로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이 ‘포스트 문재인’을 쟁취하기 위해 정치적 난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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