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사상 최악의 불황으로 최대 고비를 맞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볕들 날이 안 보이는 깜깜한 시장상황에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대규모 적자 이후 3분기 일본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받은 데 이어 4분기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객 수요 부진과 환율 상승 등 악재가 쌓인 와중에 외국 항공사들이 잇따라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LCC들은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 노선을 줄이고 대신 올해 초 신규 한·중 운수권을 받아 취항 준비에 착수하고, 동남아 노선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체지의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나면서 일본 노선의 수익성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LCC 대표들은 한국공항공사에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을 요청하는 공동청원서까지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LCC 대표들이 공동으로 청원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산적한 악재에 항공사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돼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8개사들이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7~9월)에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상장 6개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에어부산)의 3분기 예상실적은 전년 보다 적게는 13.2%에서 많게는 68.8%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7월부터 시작된 일본 여행 불매 운동이 장기화되면서 의존도가 높은 LCC 6개사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문제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반전을 꾀할 만한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불리한 조건 속에서 외국 항공사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

최근 호주 LCC인 젯스타는 서울~골드코스트 직항 노선을 취항한다고 발표했다. 젯스타는 제주항공과 코드쉐어 협약을 체결하고, 보잉 787-8 드림라이너 항공기를 이용해 올 12월8일부터 해당 노선을 주3회 정기 운항한다.

세부 퍼시픽 항공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오는 8일까지 특가운임으로 인천발 마닐라, 세부, 칼리보(보라카이) 직항 노선 항공권을 판매한다. 에어아시아도 국내 포털인 네이버와 업무 제휴를 맺고 네이버 항공권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항공시장의 침체기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다. 유럽권에서는 실적악화로 파산하는 항공사까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영 악화가 심각해지자 LCC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30일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와 한태근 에어부산 대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 최정호 진에어 대표 등 5개 LCC 대표들은 한국공항공사에 공동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한국공항공사가 공항시설 사용료를 감면해준 건 3차례가 있었다.

2008년 고유가와 환율 불안, 신종플루 등의 악재로 항공시장이 위축되자 국내선에 한해 공항시설 사용료를 감면해 줬다.

2015년엔 메르스 사태로 인해 한시적으로 착륙료 100%를 면제해 줬고, 2017년엔 사드 여파로 공항 이용률이 낮아지자 청주공항 등의 시설 사용료 50%를 감면해 줬다.

이번 공동청원서에는 “일본 무역 규제 여파가 장기화될 것 같은 상황에서 고유가와 환율 불안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방안을 검토해 주시길 요청드린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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