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정부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 발표에 따른 민주노총의 제1노총 공식화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9.12.30.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제1노총 자리에 올라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실시 중인 설문조사에서 ‘민주노총당 설립’을 거론하는 항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내년 2월 7일까지 ‘2020민주노총 정치사업 수립을 위한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기존 진보정당과의 관계를 묻는 설문 답변 항목에 ‘빠른 시일 내에 민주노총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항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 때문이다. 개정안의 비례의석 계산식에 따르면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은 정당득표율 및 지역구 의석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득표율이 높고 지역구 의석이 적을수록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지역구 의석을 전혀 얻지 못하더라도 100만에 육박하는 조직력과 투쟁력,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민주노총이 실제 정당 창당을 공식화 할 경우 만만찮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 원내정당 중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중당 등 상대적으로 노동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범여권의 표가 갈릴 가능성도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5일 민주노총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으로 올랐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96만 8천 명을 기록하며 국내 노조의 41.5%에 달했고, 한국노총은 40%인 93만 3천 명에 그쳤다.

여기에 법외노조인 전교조와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증이 교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계에서 제외되었지만 민주노총 소속인 점을 감안하면 조합원 수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민주노총은 이번 설문이 조합원들의 의견 참고 차원에서 작성되었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해당 설문은)통상적인 설문으로, 조합원들이 이런 답변을 할 수도 있겠다 싶어 넣어둔 것”이라며 “우리가 그런 계획이 있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만일 민주노총당 창당에 다수 응답이 있을 경우에 창당까지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경우엔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느 정도 반영이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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