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화물 운송 주력‥나란히 ‘흑자 전환’ 성공
화물성수기에 IT신제품 출시 등으로 하반기도 호조세
대한항공 ‘경영권’-아시아나항공 ‘M&A’는 변수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중(코로나19) 딛고 날아오른 국내 대형항공사들이 맘껏 웃지 못하고 있다.

 

전세계 항공업계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데 반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나란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본업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두 항공사의 속내는 복잡하다. 대한항공은 지주사인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 재무구조 개선의 숙제가 남았다. 아시아나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의 매각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럴 경우 아시아나는 채권단인 산업은행 관리 아래 경영 정상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2분기 함께 웃은 대한항공-아시아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별도 기준으로 2분기 매출액 8186억원, 영업이익 115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1162억원이었다. 대한항공도 별도 기준으로 2분기 매출 16909억원, 영업이익 1485억원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1624억원으로 올랐다.

 

두 항공사 모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흑자를 달성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직전 분기 각각 2082억원, 566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특히 아시아나 항공은 20184분기 이후 6분기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이들 항공사가 불과 3개월 만에 극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화물 운송에 집중하고 임직원들의 자구적 노력으로 불필요한 경비를 절감한 덕이다.

 

사실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항공화물 수요도 15% 줄어들었다. 여객기 위주 항공사업을 영위하던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영국항공 등은 항공화물 공급의 약 65%를 차지하는 벨리(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이 어려워지자 지난 5~6월 화물 운송실적이 전년 대비 30~45%까지 하락했다. 화물기를 운영하는 다른 세계 유수 항공사들도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실제 대한항공과 비슷한 노선에서 화물기를 운항한 캐세이퍼시픽도 올 상반기 화물 수송실적이 전년대비 24% 감소했다. 에미레이트항공와 루프트한자 등도 화물운송에 나름 치중했지만 각각 28%, 35% 줄어들었다.

 

코로나 보릿고개는 국내 대형항공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들 항공사는 수요보다 공급(-23%)이 더 줄어든 점에 주목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를 각각 23, 12대 보유하고 있다. 전체 항공기 중 14% 수준인 화물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영업을 확대하며 화물운송에 주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기 스케쥴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전세편까지 투입했다. 베트남과 중국에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를 수송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와 베트남, 호주, 필리핀 등에 대기업 인력과 현지 교민을 수송하는 전세기를 띄우는 차별화 전략도 구사했다. 덕분에 미주, 유럽과 같은 장거리 노선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화물 매출이 95% 증가했다.

 

대한항공 역시 전년 대비 화물기 가동률을 22% 확대했다. 방역 물품과 반도체 부품 등 적시에 수송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화물을 대거 유치한 데 이어 5월부터는 여객기도 화물 수송에 활용했다. 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이어 좌석에 카고 시트 백을 설치해 화물을 날랐다. 그 결과 화물 공급이 1.9% 증가하고 수송실적(FTK)도 전년 동기 대비 17.3% 늘며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화물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경비 절감을 위한 자구적 노력도 실적 개선에 힘을 더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장기간 주기된 항공기가 늘어남에 따라 중정비를 조기 수행을 통해 정비 항공기 수량을 늘리고 외주 정비를 자체 정비로 전환해 비용을 절감했다.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임직원들이 휴직에 동참하면서 인건비와 유류비를 포함한 영업비용을 작년 동기 대비 56% 줄일 수 있었다. 대한항공도 정비 점검과 관리 역량을 높여 정시수송을 꾀했고, 휴업 등으로 임직원 인건비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비용을 50.6%나 줄였다.

 

하반기 전망 맑지만...경영권 분쟁-M&A 무산 난기류

 

항공화물로 코로나 파고를 넘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하반기 전망은 일단 밝다. 당초 화물 운임지수가 6월부터 하향조정되면서 화물 운송에 따른 호실적은 일시적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여객기 운항 중단과 이에 따른 공급 축소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두 항공사의 호실적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실제 7일 발표한 TAC항공운임지수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홍콩~북미 노선의 운임은 5.70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5월에 7.73달러로 최고치를 찍은 뒤 다소 내려가긴 했어도 여전히 지난해보다 40%를 웃도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낀 4분기는 화물 성수기로 분류되는데다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와 애플 등의 IT 신제품 출시도 예정돼 있어, 화물 실적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여객기의 운항이 하반기에도 크게 증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여객기 벨리 스페이스를 통한 항공화물 수송도 어려워 항공화물 운임은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항공화물사업부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영업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도 운임 상승폭은 다소 축소되겠지만, 화물운임 상승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화물 성수기 시즌이 도래하고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화물 공급 부족 지속 등으로 화물 부문 마진을 확보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속내는 복잡하다.

 

대한항공은 사모펀드와 기내식과 기내면세품판매사업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사업부는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고, 여객기 운항이 정상화되면 실적 개선을 이끌 수 있어 알짜배기로 불린다. 정부로부터 1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대신, 내년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할 처지에 놓이자, 대한항공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6642)와 건물(605), 지분 100%를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매각해 1조원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공원화를 발표한 데 이어 시장의 공석으로 당분간 매각 진행이 어렵게 되자 결국 기내식·기내면세품판매사업부를 내놨다. 이 밖에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과 제주 KAL호텔 등의 매각 여부도 검토하고 있고, 미국 LA 윌셔센터를 담보로 재융자를 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의 속도가 오르지 않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은 대한항공에 또다른 변수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로 이뤄진 3자연합은 한진칼 신주인수권부사채(BW) 청약에 참여한 데 이어 오는 12일까지 신주인수권 공개매수에 나섰다. 120만주로 미행사 신주인수권의 총 33%이다. 3자연합이 이미 확보한 지분은 45.45%로 조 회장과 우호지분을 합해도 4% 가량 앞선다. 3자연합은 늘어난 주식만큼 신주인수권을 확보해 조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를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9개월 간 현산과의 인수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대면 협상과 재실사 여부를 두고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현산은 재실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4월 이후 공문과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입장을 밝히는 등 인수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금호산업은 현산에 인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며 대면협의를 수차례 요구했다. 산은은 재실사 요구는 과도하다고 일축하면서 계약 무산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못박았다. 이미 지난달 러시아를 끝으로 해외 국가에서의 기업결합신고가 마무리됨에 따라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요건이 충족된 만큼, 12일부터는 금호산업이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같은 압박에도 현산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수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인수합병 최종 계약 마감일인 11일을 앞두고 현산이 대면협상을 제의하고, 금호산업이 이를 수락하면서 계약 성사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진 양측의 온도차가 분명하다. 현산은 여전히 재실사를 전제로 한 반면, 금호산업은 거래 종결을 위한 생산적 논의에 방점을 찍었다. 이 때문에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을 위해 계약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 위한 명분쎃가용 만남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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