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대리점 등에 소형 지진감지센서 설치
기상청 시스템과 연동해 ‘관측 네트워크’ 구축
연내 초등학교·파출소 등 8000곳으로 확대
지진 조기경보 시간 단축해 신속한 대피 기여

▲ SK텔레콤 엔지니어가 기지국과 연동한 지진감지센서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SK텔레콤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기지국을 ‘지진관측소’로 활용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기상청‧경북대학교와 손잡고 한반도의 지진 탐지 및 경보체계와 연계할 수 있는 ‘지진관측 네트워크’를 시범 구축한다고 9일 밝혔다.

SK텔레콤은 현재 전국에 있는 자사의 기지국, 대리점 등 3000여곳에 지진감지센서를 설치해 이를 기상청의 지진관측시스템과 연동해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지진관측 네트워크’를 국내 최초로 구축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진감지센서 설치를 올해 안에 파출소, 초등학교 등 8000여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SK텔레콤은 내진, 진동 등의 안정성 검증을 수행하는 한국에스지에스㈜ 동탄시험소에서 기상청, 경북대학교와 함께 모의 지진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을 위해 지진 규모 6.0 이상 지진과 유사한 진동을 발생시켜 기지국에서 진동 데이터를 수집, 분석 등의 과정 등이 제시됐다.

 

▲ 연도별 기상청 지진관측기기 정보를 취합한 그래프. 아날로그 관측과 디지털 관측에서 지진발생회수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디지털 관측 방식이 관측소가 더 많이 설치됐고, 정밀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 지난 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횟수는 88회다. 이 중 규모 4.0 이상 2건의 지진은 강원도 동해와 경북 포항에서 각각 50Km 가량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했다. (그래프=SK텔레콤)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6년 발생한 경주 대지진과 그 이듬해에 발생한 포항 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진의 규모는 5.4 정도였다. 대부분의 지진이 사람이 감지를 하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한국에선 이례적인 강진이었다. 특히 포항 대지진의 경우엔 사상 초유의 수능 연기를 감행하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SK텔레콤도 피해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통신을 위해 설치해 둔 기지국이 훼손됐다. 이에 따라 한 때 통신이 마비되는 지역도 있었다.

 

▲ 사업 개요를 설명하는 류정환 SK텔레콤 5GX Infra 그룹장 (사진=최문정 기자)

 

류정환 SK텔레콤 5GX Infra 그룹장은 “SK텔레콤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진 당시) 통신 인프라가 연결뿐만 아니라 다른 가치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이를 통해 기상청에 이런 사업을 제안하면 사회적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부터 이어진 연구는 전국 곳곳에 있는 SK텔레콤의 대리점, 기지국에 소형 지진감지센서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연구 목표는 ▲지진과 관련된 빅데이터 구축 ▲실제로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맞춤형 정보 제공 ▲지진으로 인한 기지국 등이 파괴됐을 때 최대한 빠르게 피해지점 확인 후 복구 등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소형 지진감지센서를 제작했다. 이 소형 지진감지센서는 기상청에서 지진분석에 활용되는 고성능의 지진관측장비와 달리 작고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통상 기상청의 지진관측장비는 설치비용을 합쳐 2억원 정도인데 반해 SK텔레콤이 개발한 소형 지진감지센서는 개당 6만원선이다. 한 뼘 크기의 220V 플러그 타입이라서 설치와 이동이 편리하다. 또 초당 100회의 진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밀 분석을 통해 일반 진동과 지진을 구분하도록 설계돼 있다.

 

▲ (위)SKT의 소형 지진감지센서로 측정한 지진파 분석 자료, (아래) 기상청의 정밀 지진감지센서로 측정한 지진파 분석자료. 파장이 약간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파형의 모습은 비슷하다. 이는 SK텔레콤이 개발한 지진 감지센서가 신뢰할 만한 정밀도를 가졌음을 의미한다. (사진=최문정 기자)


권영우 경북대학교 초연결융합연구소장 교수는 “기상청이 현재 제공하고 있는 지진조기경보엔 경보공백역이 있다”며 “경보공백역은 지진조기경보보다 S파가 먼저 도달하는 지역이다. 진앙지 기준 약 35km 내외에 정보공백역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상청은 약 18km 간격으로 지진 관측소를 설치했다. 이는 세계적 기준으로 봐도 가장 촘촘한 정도다. 그럼에도 정보공백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5개 정도의 관측소의 정보를 조합해 경보를 발령하기 때문이다. 권교수는 SK텔레콤이 개발한 소형 지진감지센서는 관측소와 관측소 사이의 정보를 취합해 분석할 수 있기에 기존 지진경보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 SK텔레콤이 각 기지국, 대리점 등에 설치한 소형 지진감지센서가 정보를 수집해 기상청, 경북대학교 등에 보내는과정 (인포그래픽=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진감지센서에 관측되는 실시간 진동 데이터와 기압 등을 SKT 수집서버(EQMS; Earthquake Monitoring System)로 분류해 기상청에 보낸다. 기상청은 SK텔레콤에서 제공받은 진동 데이터를 국가 지진관측망과 융합해 진도정보생산, 지진조기경보 분석 등에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SK텔레콤은 소형 지진감지센서의 정보를 경북대 연구팀에도 실시간 전송한다. 경북대 연구팀은 이 정보를 취합해 ‘빅데이터’로 만든다. 이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정보의 신뢰도와 활용도를 높인다. 통상 기상청의 지진 감지기구가 지상 상황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지하 20~100m에 설치돼 매우 정확한 정보를 생산하는 것과 달리 변수가 많은 지상 환경에 설치된 SK텔레콤의 소형 지진감지센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향후 SK텔레콤의 기지국‧대리점 등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와 전국 국가 지진관측소에서 취합되는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면 보다 신속‧정확한 지진분석으로 지진경보의 시간 단축과 다양한 진도정보서비스 제공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보통 지진파(S파)가 도착하기 5초 정도면 책상 아래 등 근거리 대피가 가능하고, 10초 이상이면 건물 밖 대피까지 가능하다. 또한 이 방식을 활용하면 지역마다 다른 대피‧대처 요령을 안내할 수 있다. 같은 건물 안이라고 해도 지하, 저층, 고층에서 느끼는 지진의 강도가 각기 다른데 이 때도 맞춤형 행동 요령을 알릴 수 있다.

권 교수는 “예를 들어 포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파의 속도와 진도 차이로 인해 50Km 떨어진 대구 시민과 150Km 떨어진 대전 시민의 행동요령은 다르게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밀한 지진 관측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기상청의 지진조기경보 시스템이 7~25초 이내 발령되지만 SK텔레콤과 협력을 통해 지진관측자료가 보강된다면 지진 조기경보 시간 단축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기상청‧경북대학교는 국가 지진대응체계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2021년까지 추진키로 했다. 현재 기상청은 SK텔레콤 기지국 내 설치된 지진감지센서의 진동 데이터를 기상청의 지진관측자료와 비교해 지진분석의 성능을 검증하고 지진정보 서비스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기지국, 대리점 외에도 파출소, 초등학교 등에도 지진감지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또한 국가‧산업 주요시설, 학교 등 공공 안전을 지키는 용도로도 활용될 수 있어 이를 필요로 하는 전국 주요 시설에 확산 적용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이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지진재해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며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철도, 반도체 공장 등 지진취약 설비와 국가 중요시설도 안전히 보호할 수 있다.

이덕기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지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큰 만큼, 지속적인 민관협업과 연구개발을 통해 신속‧정확한 지진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정환 SK텔레콤 5GX Infra 그룹장은 “최근 이통3사가 협력한 재난로밍 구현 등 재난상황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기상청-경북대 협력을 통한 지진관측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해, 앞으로도 5G시대에 통신사가 보유한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창출에 힘쓸 것” 이라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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