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1.09.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탈당했던 세력들의 입당을 허용하며 보수통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새보수당과의 통합은 요원하기만 하다.

한국당은 9일 오전 최고위에서 과거 탈당인사들의 재입당을 허용하기로 하고 추후에도 탈당 인사, 무소속 후보 등으로 선거에 출마한 인사, 입당 보류 및 계류된 인사, 입당 관련 이의신청을 제기한 인사 등에 대해 재입당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날 재입당이 허용된 한국당 인사들은 모두 24명으로, 정수익·권영애·황의만 등 3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PK·TK인사다. 여기에는 안상수 전 창원시장과 조해진·류성걸 전 의원 등도 포함됐다.

 

재입당에 유승민계 포함…보수통합 청신호?

특기할만한 점은 류성걸 전 의원이 명단에 포함된 점이다. 그는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후보로 출마하려 했지만 유승민계로 분류되며 공천에서 배제된 바 있다.

최근 황교안 대표의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을 향한 보수통합 손짓에도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가 ‘유승민 의원이 제시한 세 원칙을 받지 않으면 통합은 없다’는 입장을 전하자, 곧바로 한국당 내 친박세력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유 의원이 제시한 세 원칙이란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거듭날 것 △새 집을 지을 것 등이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7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방문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1.26. (사진=뉴시스)

당내 친박 색채가 짙어진다는 지적에도 유승민계로 분류되던 류 전 의원의 입당을 허용한 것은 대승적 결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완수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 통합을 위한 첫 단계로 당내 일부 반대가 있다 하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입당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새보수당과 통합은 임시방편? “등 뒤에 칼 꽂은 사람들과 어떻게”

하지만 이날 최고위 결정은 결국 총선 앞두고 보수통합을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갈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황교안 대표는 “나는 계파가 없는 사람”, “친박에 빚진 것이 없다”고 말해왔지만, 당내 계파성은 점점 뚜렷해진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지난해 6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을 소관하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새 위원장에 유기준 의원을 임명한 것이 첫 번째 예다. 그는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밝힌 ‘진박(眞朴) 9인회’ 중 한 명으로, 평소 ‘해양 전문가’를 자처해왔음에도 갑작스레 사개특위 위원장으로 지명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던 김재원 의원에게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그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수석까지 지난 친박 의원이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황(非黃)계로 분류되는 강석호·심재철 의원 중 심재철 의원이 선출됐는데, 당시 결과는 심 원내대표가 내세운 김재원 정책위의장을 본 친박 의원들의 표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당이 친박에 장악돼 간다는 결정적인 의심은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후임으로 성동규 중앙대 교수를 지목한 것이다. 당시 성 원장은 교수 외 사단법인 미래전략개발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미래전략개발연구소는 진박 9인회의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 주도로 만든 ‘친박연대’의 싱크탱크였다. 연구소는 친박연대가 해체된 뒤에도 서 의원의 사조직처럼 지속돼 왔고, 게다가 연구소의 부소장을 맡고 있던 김 모 씨는 황 대표의 상근특별보좌역으로 임명됐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2월 제1야당 대표로 정치 첫걸음을 내딛은 황 대표가 리더십 논란에 부딪히며 내 편 만들기에 들어갔음을 짐작케 한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등 뒤에 칼을 꽂은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냐”며 “무작정 합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바른정당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통추위 구성에도 건너지 못한 ‘탄핵의 강’

보수진영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9일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맡는다.

통추위는 한국당과 새보수당 통합의 촉진자 역할을 하며 타협을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으로 ‘유승민 3원칙’에 대해 부분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안형환 국민통합연대 사무총장은 이날 연석회의 중간 브리핑에서 “한국당 이양수 의원이 왔는데 당 대표로서 전권을 위임받고 와서 동의했다. 황교안 대표 허락 하에 지시를 받고 와서 동의한 것”이라며 “새보수당 정병국 의원도 동의했다. (유 의원이 제시한)‘새 집’이라는 게 바로 새 정당”이라 전했다.

이는 최근 황 대표가 “총선 전 보수통합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인 탄핵의 강은 여전히 건너지 못하고 있다. 새보수당에서는 탄핵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묻어두고 가자’는 입장이다.

앞서 7일 황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은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심상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01.09. (사진=뉴시스)

심재철 원내대표도 전날 “탄핵 이야기가 나오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티읕(ㅌ) 자를 꺼내지 말자”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표현 자체를 쓸 필요가 없다. ‘티읕(ㅌ)’ 자를 꺼내면 서로 갈등만 커진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우리공화당은 이날 통추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안 사무총장은 “앞으로는 그 문제(탄핵)까지 포함해 논의할 것”이라 전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