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현안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16.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여야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빚으며 당초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 자유한국당은 제쳐두고 내분에 휩싸인 모습이다.

현재 4+1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지역구-비례대표 의석을 각각 250석, 50석으로 하고 연동률 50%와 선거구 획정 인구 산정 기준을 3년 평균으로 하는 데에서는 일정 부분 접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연동률 캡과 석패율제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50석 중 최대 30석까지만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20석은 병립형(현행)으로 가자고 주장했지만 정의당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 6개 권역에서 2명씩 12명 이내에서 석패율제를 적용시키는 원안에도 민주당이 반대하며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심상정 대표는 16일 “애초 비례대표 100석에서 대폭 후퇴해 75석에 연동률도 50%로 낮춘 개정안을 성안하고, 이마저도 50석으로 줄였다”며 “이제는 연동의석 30석을 캡으로 씌운다며 합의를 강요한다. 정의당이 비례대표 몇 석 더 얻기 위해 합의를 거부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실상은 기득권 양당이 소수정당에 끊임없이 양보를 요구해온 것”이라 지적했다.

◆ 원안 =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에 비례대표 75석으로 구성된다. 양당의 첫 번째 대립 지점은 비례대표 의석수에 있다.

선거법을 개정하는 가장 큰 이유로 당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현 4+1)은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지역구 주민 일부 지지만을 얻어 당선된 국회의원이 국가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순을 해결하고, 사표를 방지한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가’정당의 甲후보가 A지역구에서 60%를 득표해 당선된 경우 해당 지역구 뿐 아니라 국가정책이나 사업 등 지역구를 넘어서는 전반적인 영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나머지 40%의 민의(사표·死票)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또한 반영돼 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먼저 지역구 비중을 낮추고(253석→225석), 비례대표 비중을 높이는(47석→75석) 안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정당득표율의 50%만큼 할당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함으로써 사표를 최대한 방지하고자 한다.


▲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규정된 (그래픽=강민철 디자인 팀장)

다만 이같은 안이 실현될 경우 비례대표 비율을 늘리는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이 감소됨에 따라 통폐합될 기존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감소되는 지역구는 원안을 기준으로 28석이다.

한국당이 무기명 표결을 전제로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자고 제안했음에도 정의당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달 민주당과 한국당 지역구 의석이 각 10석씩 감소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전달했는데 내부 반란표로 선거법 개정안이 부결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민주당 뿐 아니라 획정위 시뮬레이션에서 6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평화당·대안신당에서의 반발도 예상해볼 수 있다.

◆ 250:50, 연동형 캡 30석 = 4+1차원의 반란표를 최소화하고자 민주당은 지역구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250석, 50석으로 하는 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당초 비례성과 대표성 강화라는 목적이 무색하도록 비례대표는 3석 증가에 그치는 수준이라 또다른 반발이 나온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달 민주당에 “비례대표 3석을 늘리자고 동물국회가 되고 일 년 이 상 대립한 것이냐”고 전했다. 바른미래당 강신업 대변인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실상 무늬만 남고 실질은 모두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특히 연동형 캡 30석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고 있다.

연동형 캡은 비례대표 의석에서 연동률을 정하는 상한선으로, 50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 20석에는 현행 병립형 배분 방식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원안은 정당득표율에 따른 전체의석에서 지역구 의석을 제한 의석의 절반만큼을 연동형으로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가’정당이 40%를 득표하고 지역구에서 100석을 차지했다면 10석의 연동의석을 가질 수 있다(전체의석300×득표율0.4-지역구100의 50%).

반면 민주당의 새로운 안은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절반의 연동률을 적용 하므로 ‘가’정당은 6석을 가질 수 있다.

여러 언론이나 기관에서 현 선거제를 원안 기준으로 분석했지만 대체로 정의당은 개정안의 최대 수혜를 입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비례대표 의석을 연동의석과 병립의석으로 구분해 산출하는 과정에서 정의당은 연동의석에서만 10석 이상 가져가는 분석도 있었는데 연동형 캡이 적용될 경우 1~2석으로 대폭 감소하게 된다.

◆ 현 최대 쟁점, 석패율제 = 석패율제는 한 후보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동시 입후보한 뒤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로 일종의 패자부활전 내지 중선거구제의 성격을 갖는다. 이를 통해 사표로 처리될 민의를 두 번째 당선자(비례대표)로 선출한다는 의미가 있다.

A지역구에서 甲·乙후보자가 각각 60%와 35%를 얻어 甲이 당선됐다면, 현행의 경우 甲의 득표율 60%를 제외한 나머지 40%는 사표가 되지만 乙의 35%가 석패율제에 반영돼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사표는 5%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원안에 따르면 석패율제 적용시 △서울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충남·충북·세종·강원 등 전국 6개 각 권역별로 지역구 후보자를 순위별로 등재한다. 해당 지역구에서 최소 5%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하며, 한 권역에서 30%이상의 지역구를 획득한 정당은 의석 과점 방지를 위해 석패율제 적용을 배제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중진 의원들의 국회 재진입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기존 지역구 의원이 낙선하더라도 2위에는 머무르는 전례를 보았을 때 신인이 당선돼도 전·현직 정치인이 석패율제로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의당은 중진 구제 방지를 법으로 명문화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이 석패율제를 반대하는 배경에는 지역구 출마자들이 많아져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대안, 이중등록제 =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은 석패율제에 대해서는 조금씩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석패율제 대신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이중등록제’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역구 ‘차석’을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와 달리 권역별로 일정 후보들에게 지역구·비례대표 동시 입후보가 가능해 표 분산 방지와 함께 군소정당의 사표도 일정 부분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챙기지 못할 수 있어 연동형 캡에는 완고한 입장이다. 인지도가 전혀 없는 정치 신인이 지역구에서 당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선거법 뿐 아니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검찰개혁안과 유치원3법 등 야당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남아 있어 고심 중에 있다.

여야4+1은 17일 오후 9시 회동을 갖고 선거법 단일안 막판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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