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최근 유통·식품업계에 ‘줄서기 열풍’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남들보다 특이한 경험을 먼저 하려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줄을 서야 인기제품으로 인정받는 판매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새로운 ‘문화’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인기 있는 제품을 사고 경험하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외국의 유명 햄버거와 커피 브랜드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첫날부터 인파가 몰리고 긴 줄이 이어지면서 이런 문화는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의 햄버거 프랜차이느 ‘인앤아웃버거’가 국내에 ‘팝업 매장’을 열어 단 3시간 동안만 햄버거를 판다는 소식에 새벽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250인분 한정 분량의 대기표는 판매 1시간 전에 이미 동이 나 빈손으로 돌아간 경우도 많았다.

이달 3일 미국의 커피프랜드 ‘블루보틀’이 서울 성수동 카페거리에 처음 문을 연 날에도 새벽부터 몰려든 인파로 가게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개장 첫 날 새벽부터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며 하루 종일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전부터 서 있던 300여 명 이상의 손님은 오후 2시까지 계속됐다. 당시 SNS에는 블루보틀과 관련 해시태그로 뒤덮였다.

실제로 개점일 매출만 6000만원 정도였다고 알려졌다. 이는 블루보틀 매장 70여 곳의 하루 매출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런 줄서기 행렬은 희소가치가 있는 특별한 경험을 남보다 먼저 할 수 있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다는 젊은 소비자들의 심리가 표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가장 잘 파악해 일찍부터 이용해온 곳은 바로 ‘명품’ 브랜드다.

명품 매장은 손님 한 명(팀) 당 한 명의 직원을 붙여 맨투맨 쇼핑 서비스를 진행한다. 그렇다 보니 매장 밖 줄서기 현상이 빈번히 일어난다.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해 매장 입장을 제한한다는 취지인데, 일각에서는 전시 효과를 위해 일부러 줄을 세운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명품 매장을 방문한 한 소비자는 “자유롭게 보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줄서기를 시키면서 입장을 제한하는지 모르겠다”며 “매장 안이 혼잡하지도 않은데 한두명의 손님을 줄 세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장 입장에서 줄서기 열풍은 조기 완판은 물론 SNS를 통한 구전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좋은 마케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방문하고, 제품을 접하고 SNS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젊은 층의 문화가 두드러지면서 이를 활용하는 브랜드가 많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브랜드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업체들의 상술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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