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로 가려진 경영성과…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많아"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 8일 새벽 조양호 회장이 숙환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한진그룹은 물론 재계 역시도 큰 충격에 빠졌다. 더욱이 지난달 대한항공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결된 이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리적인 타격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14년 불거진 땅콩회항을 시작으로 물컵갑질, 운전기사 막말과 폭행 등으로 오너일가가 여러 차례에 포토라인에 서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만 한진그룹은 5개월 동안 11곳의 사법 및 사정기관의 수사 및 조사를 받으면서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당시 한진그룹 조사에는 경찰을 비롯해 ▲검찰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검역본부까지 총동원됐다.

심지어 재계에서조차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11개 사법·사정기관이 일시에 조사하는 것은 전례가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압수수색도 총 18회에 걸쳐서 진행됐으며, 오너일가 역시도 14번차례에 걸쳐서 포토라인에 섰다. 뿐만 아니라 오너일가에 청구된 구속영장만 총 5회에 이른다. 말 그대로 한진그룹과 오너일가를 ‘이 잡듯 뒤진’ 것이다.

국민연금과 사모펀드의 ‘경영권 위협’

 


또한 한진그룹은 올해는 시작부터 KCGI(강성부펀드) 사모펀드와 국민연금의 경영권 위협을 받았다. 특히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을 11.56%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로서,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연금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주총이 있던 전날인 지난달 26일 국민연금은 공개적으로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국민연금의 공개적인 반대의사가 외국인과 기관 및 소액투자자들의 의사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들이 조 회장의 ‘병환’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땅콩회항이나 갑질 논란 등 경영 이외에 이슈들로 인해서 (조 회장이)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저런 악재에 그간 시달렸어도 회사 경영성과만 놓고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많은데, 그런 성과는 인정받지 못하고 갑자기 돌아가시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한진 총수 일가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만한 일이 있었지만, 경영적인 부분은 따로 평가할 필요가 있”며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로 조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권을 박탈당한 일도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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