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1.13.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13일 혁신통합추진위원회와 함께 공식적으로 대화에 나서기로 발표하며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이날 새보수당이 대표단 회의를 통해 정리한 입장은 ‘한국당이 보수재건 3원칙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한국당을 향해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의 길로 나아갈 것 △새 집을 지을 것 등을 통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혁통위는 지난 9일 △자유·공정 추구 △대통합 원칙은 혁신·통합 △반문(反文)세력 통합 △청년 포용 통합 △대통합 정신 실천할 새 정당 결성 △탄핵이 총선승리 장애물이 되지 말아야 할 것 등 여섯 가지 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국당은 “혁통위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한국당과 새보수당 모두 함께 하기로 했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이자 한 가족이 됐다”며 “악습의 과거는 혁신하고,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하고, 자유의 가치를 지켜내고, 공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반색했다.

황교안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혁통위 6원칙을 거론하며 “이 원칙들에는 새보수당에서 요구해온 내용들도 반영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통합이란 대의 앞에 스스로를 내려놓고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를 “한국당 최고위가 혁통위 원칙에 동의한 것은 새보수당이 요구해온 3원칙을 수용한 것”이라 평가했다.

새보수당과 혁추위가 제시한 원칙은 개혁보수 구성 및 새 집 마련(신당 창당) 등에서 교집합을 이루지만, 탄핵 문제 등에 있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건너기엔 너무 넓은 탄핵의 강…친박이냐, 유승민이냐


이날 하태경 책임대표는 기자회견 중 단서를 달았다.

“앞으로 한국당이 흔들리지 않고 6원칙을 지키는지 예의주시하면서 대화를 시작하겠다”
“혁통위 성격과 역할이 분명히 규정돼야 하고 새보수당과 합의돼야 한다”


한편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이런 말을 했다.

“탄핵 이야기가 나오면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티읕(ㅌ) 자를 꺼내지 말자.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표현 자체를 쓸 필요가 없다. 티읕(ㅌ) 자를 꺼내면 서로 갈등만 커진다”

새보수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탈당한 바른정당계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탄핵정국의 ‘극복’을 내세우는 반면, 한국당은 “탄핵의 티읕(ㅌ) 자도 꺼내지 말자”며 이를 ‘묻어두자’는 입장인 셈이다.

혁통위 또한 “탄핵이 총선승리에 장애물이 되지 말아야 한다”며 원론적 입장만 제시했을 뿐 당초 보수세력 분열의 단초가 된 탄핵문제와 관련해 ‘어떻게’가 빠져있다. 서로가 제시한 보수통합 원칙에 탄핵문제는 여집합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 글씨로 그려진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상화가 지난해 12월 24일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전시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지난 2016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2년이 넘도록 볼 수 없었다. 2019.12.24.

지난해 10월 황교안 대표가 보수통합 논의를 처음 제시했을 때도 유승민 의원이 제시한 3원칙 중 ‘탄핵의 강’ 문제를 두고 내부 갈등만 키운 채 신경전만 벌이다 유야무야 끝났다. 이는 한국당 내 친박(親朴)세력의 지분이 그만큼 확장됐음을 의미한다.

친박계 의원들은 “유승민 만큼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게 탄핵은 ‘극복’이나 ‘묻고 갈’ 문제가 아닌 ‘응징’의 문제다. 적어도 배신자들의 사죄가 전제돼야 한다는 심산이다.

특히 일부 친박 의원들은 새보수당과 통합시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최근 황 대표와 통화하며 “유승민 의원에게 안방을 다 내주면 (광화문)광장에 나온 사람들 다 짐 싸서 돌아갈 것”이라 항의했다고 한다.

한 친박계 의원은 지난 9일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등에 칼 꽂은 사람들(새보수당)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느냐”며 “합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바른정당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친박 중 이른바 진박(眞朴)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우리는 탄핵을 묻고가자는 사람을 묻고 가자는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실제 지난 9일 보수통합을 위한 혁통위 연석회의 당시 우리공화당은 참석하지 않았다.

갑자기 등장한 안철수에 새보수당 '당황'

보수통합 균열 조짐이 한국당 내 계파 갈등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박형준 혁통위 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전 의원의 합류야말로 통합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혁통위가 제안한 6개 원칙 중 ‘반문(反文) 연대’에 안 전 의원을 포함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 및 시민단체들의 중도보수대통합을 위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1.09. (사진=뉴시스)

실제 안 전 의원은 지난 2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우리나라 정치는 더 악화되고 있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말에 유승민 의원이 격하게 반발했다. 발표부터 하고 일방적으로 따라오라는 신당 추진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당시 혁통위 연석회의에 정병국 의원이 참석했는데, 유 의원은 정 의원에게 ‘왜 그런 합의문을 발표하도록 내버려뒀느냐’는 취지로 질책했다고 한다.

새보수당은 대통합 논의에 참석 한 번 안하고 해외 체류 중인 안 전 의원이 갑자기 왜 나온 것인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보수당이 통합 후의 지분을 노린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보수세력 전반에 걸친 다(多)대1 통합보다는 한국당과의 1대1 통합이 지분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앞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보수당은 혁통위와 별개로 한국당과 새보수당만 참여하는 통합추진위를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태경 책임대표는 “혁통위는 구속력 없는 우리가 참고할만한 일종의 자문기구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 통합 대상은 한국당 하나 뿐”이라 밝혔다.

새보수당은 향후 한국당과의 통합논의에서 계속 차질을 빚을 경우 기존 방침대로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보수당 내에서는 이같은 이합집산 자체에 반발하는 기류도 드러나고 있다.

이준석 새보수당 젊은정당비전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불가역적 명문화를 통해 추진해도 못 미더울 판에 말의 향연으로 일을 진행할 수는 없다”며 “이런 산술적 합을 가정한 통합을 해봐야 효과가 없을 것이 자명하다. 어려운 길을 같이 온 당원·지지자들이 아무 변화도 담보되지 않는 길을 왜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단 회의에서 “보수가 제대로 거듭나고 재건되는 모습을 저희 손으로 만들기 위해 새보수당을 창당한 것이지 한국당에 팔아먹으려고, 통합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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