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대법원이 29일 ‘국정농단’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선고한 2심 재판 전부를 파기환송했다. 단, 2심이 무죄로 선고했던 부분은 그대로 확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무죄 파기환송이 아닌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하는 ‘뇌물’ 혐의를 분리하지 않은데 법 위반이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구분해 다시 재판하라고 주문했다.

또 이 부회장은 최 씨 측에 건넨 뇌물·횡령액이 원심판결보다 더 늘어야 한다는 이유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이들의 형량은 다시 열릴 파기환송심에서 재선고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인정된 범죄 혐의가 늘어 형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2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25년에 벌금200억 원, 징역2년6개월에 집행유예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아울러 징역20년에 벌금200억 원이 선고된 최 씨의 2심재판도 함께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1·2심에서 다른 범죄혐의와 구분할 필요가 있는 뇌물 혐의를 구분하지 않은 채 종합적으로 형을 선고한 데 법 위반이 있다고 판시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등 공직자에 적용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상의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의 뇌물죄가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는 만큼 반드시 분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1심과 2심은 이를 분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원합의체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이미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 다른 범죄혐의와 구별해 별도로 선고해야 한다. 수 개의 범죄혐의를 받는 경합범의 경우 선고가 분리되면 형량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2019.08.29.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2심에서 뇌물성이 없다고 판단한 ‘정유라 말 구입액’과 ‘동계 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이 문제시 됐다.

앞서 2심은 정유라 승마지원 용역 대금 차원으로 삼성이 대납한 36억 원은 뇌물로 인정했지만, 말 구입액 34억 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 원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았거나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이 제공한 말 3필 등이 소유권 자체를 넘긴 것으로 보고 말 구입액 34억 원을 새로 뇌물이라 판단했다. 또 영재센터 지원금도 삼성의 경영승계 현안과 관련된 부정청탁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봤다. 당시 삼성에 경영 승계작업이 이뤄지고 있던 만큼 대가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뇌물혐의를 다시 판단하고 뇌물·횡령액을 재산정해 형량을 정하는 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뇌물 혐의가 늘고, 횡령액이 늘어나 실형선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최 씨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가 성립될 정도의 협박은 아니라 보고 강요죄 유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 판단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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