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좁아지고 중국에 쫒겨"...위기의 한국반도체

최문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6-09 15: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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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최문정 인턴기자]대한민국 반도체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수출이 타격을 입은 데다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일본 수출규제 리스크까지 겹쳤다. 중국은 기술 발전을 바짝 따라붙었다.


9일 재계와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업계는 비상경영 상황에 놓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비상 경영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평상시를 기준으로 세워진) 일반적 경영활동을 하기 어렵다고 느끼면 시행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상황을 가장 기본적인 안으로 놓고 대외적인 상황이 좋아지거나 최악으로 치닫을 경우 대응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다.

반도체업계의 비상 경영 선언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상황의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나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를 선언했다. 이에 작년에 일본이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촉발됐던 외교 전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또한 한국 법원은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매각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4일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작년의 상황을 참고할 때 일본 정부가 추가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업계는 작년부터 일본과의 무역 상황 악화로 수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부자재 대체수단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특히 EUV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의 핵심 소재의 대체품 찾기에 노력을 기울였다. 주로 특정 국가나 기업 의존도를 낮춰 거래처 다변화를 시도해왔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존의 거래를 단시간에 전면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노력은 하지만 현 시점에서 완벽한 대체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정부와의 규제들이 정부의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예의주시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미중무역 분쟁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치명적이다.

 

▲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미국 정부는 이날부터 중국기업 화웨이에 강력한 제재안을 시행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진 반도체 부품을 미국 정부 허가 없이 구매하지 못한다. 이는 전 세계 모든 기업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조치에 중국도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한국 반도체기업의 양대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다. 특히 반도체사업 후발주자로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흥시장 중국은 전체 반도체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거래량이 많으니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관람객들이 SK하이닉스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전체 반도체 거래량의 47%가 중국과의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2년 연속 상위 5대 주요 매출처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이 국가 단위의 투자를 업고 매섭게 한국 반도체업계를 추적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자칫하면 기술을 따라잡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반도체 업체는 128단낸드플래시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컴퓨터 하드 등의 저장 장치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반도체다. 앞에 붙는 숫자는 몇 층으로 메모리 칩을 배치했는지를 알려준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128단반도체를 개발해 생산에 들어갔다.

반도체업계관계자는 “중국 현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중국이 128단낸드플래시를 개발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며 “시제품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정확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해당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현재 한국 업계와 약 2년 정도의 기술 격차가 있는 셈”이라 설명했다.

다른 업계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의 경우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며 “상용 기술로 자리 잡기 전까진 적자를 감수하고 계속 투자가 들어가야 사업의 성장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모두 중국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시설 확충에 집중해왔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차세대 먹거리로 거론되는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 4월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1분기 낸드플래시 판매가 늘며 큰 폭의 단위당 원가 절감이 있었다"며 "지금 추세라면 올 4분기 낸드플래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경영환경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함에 따라 올해는 신규 시설투자 등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EUV(극자외선)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평택에는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확대해 반도체 업계에서 리더십을 굳힐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 속에 경영권 공백이 예상되며 내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의 경우 새로운 투자에 조 단위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다”며 “잘못 투자가 됐다간 큰일이 난다. 그래서 일반 전문 경영인이 결정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현재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등의 신사업에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데 (경영권 공백으로 인해) 신규 투자가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신사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등의 기존 사업에서도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오너의 결정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시스]

 

스페셜경제 / 최문정 인턴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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