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기간 중 비적정 감사의견…‘벼랑끝’ 코오롱, 개선 의지 없나?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코오롱티슈진이 또다시 상장폐지 문턱에 섰다. 최근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외부감사인이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보사 사태’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가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12개월이라는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며 위기를 모면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벼랑 끝이다.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은 의견 거절의 이유로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회계처리위반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코오롱티슈진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들었다. 


개선 기간 중임에도 재무제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주요 성분이 뒤바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로 파장을 일으키고도 회사가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 게 맞나 싶다.

현재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임직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인보사 투약 피해 환자 500여명은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세포성분을 속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외에 소액주주와 손해보험사로부터 받은 민사소송이 20건에 달한다. 소송가액은 총 494억원이다. 만에 하나 상장폐지로 이어지면 소송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코오롱 측은 인보사의 미국 임상 재개에만 목메고 있다. 미국 임상만 재개되면 인보사의 국내 품목허가 취소 명령도 뒤집을 수 있고, 상장폐지 위기도 모면할 수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구속되면서 미국 임상 재개도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현재진행형인 인보사 사태를 한번 되짚어 봤다.


외부감사인 감사의견 거절…“개선 조치 안 취해”
임직원 구속·민사소송 등 판 커지는 인보사 사태

지난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로 파문을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이 또다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코오롱티슈진의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이 감사의견 거절을 내놨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인 감사의견 거절 표명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은 최근 사업연도의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았다. 의견거절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는 즉시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에 관한 통지를 받은 날 부터 7영업일 이내인 오는 25일까지 이의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을 수 있지만, 내년에 또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상장이 폐지된다. 이의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바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은 이번 의견 거절 배경으로 “회계부정에 의한 회계처리위반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으로 회사의 경영진 및 내부감사기구는 외부전문가를 선임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수행해야 하나 회사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따라 우리는 이러한 상황이 부정이나 오류에 기인했을 가능성을 포함해 내부통제의 전반적인 신뢰성에 관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당기 재무제표의 구성요소들에 관해 수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코오롱티슈진은 상장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였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성분이 신장세포로 밝혀져 신뢰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이후 거래소는 지난해 8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으나, 같은 해 10월 2차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개선 기간 12개월을 부여받았다. 개선 기간 종료일인 오는 10월 11일부터 7영업일 이내에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 등을 제출해야 하고, 상장폐지 여부를 재심의 받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서 코오롱 티슈진의 상장폐지 사유는 두 가지로 늘었다. 안그래도 상황이 복잡한 코오롱티슈진 입장에서는 신경 쓸 일이 늘어난 셈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모기업 코오롱생명과학은 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며 관리종목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보사 관련 재판상황을 들여다보면 코오롱생명과학도 그리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인보사 사태 ‘줄소송’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지난 11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 등 법인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별도로 기소된 권모(50) 코오롱티슈진 재무총괄이사(CFO)와 양모(51)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지원본부장의 3차 공판준비기일 절차와 함께 진행됐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 대표와 변호인측은 “기록 검토를 다 마치지 못해 공소사실이나 증거에 대한 의견을 내기 어렵다”며 “이 대표의 사건은 (기록의) 양이 방대해서 검토하는 데 4주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인보사 사태 관련 사건을 모두 한 재판부에서 병합해줄 것을 요청했다. 혐의들이 다수 중복된 사건들을 검찰이 분리해 기소한 것은 문제라며 한 재판부에서 심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직은 병합할 시기가 아니라며, 이 대표 관련 혐의가 많은 만큼 별도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병합할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지난달 20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와 약사법 위반 혐의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인보사에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알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위자료를 제출해 제조와 판매 허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밖에 허위·과장 광고로 약 70억원을 편취한 혐의, 허위 보고서로 82억원에 달하는 국가보조금을 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

이 대표는 인보사 사태가 불거진 이후 코오롱티슈진 대표직을 내려놓고,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직만을 유지한 채 사태 수습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구속을 막지는 못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지난해 중단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보사 임상 재개에 총력을 기울이던 상황이라 구속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지원본부장, 임상개발팀장, 코오롱티슈진 최고재무책임자 등이 줄줄이 구속된 상태다. 미국 FDA 임상 재개도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포 바뀐 것, 알았어도 문제 몰랐어도 문제
입 닫은 이웅렬 전 회장, 소환조사 초읽기?

뒤바뀐 주요 성분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화려하게 등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재생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무릎 연골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골관절염의 유전자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라는 찬사도 따라 붙었다.

그런데 미국 FDA 검증 과정에서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신장세포(GP2-293)가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이다. GP2-293 세포를 판매하는 미국 회사의 가이드라인에는 해당 세포가 종양유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외부 바이러스 증식에만 사용하고 사람 치료약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 세포 은행 홈페이지에도 GP2-293 세포의 원료인 HEK-293 세포가 종양 형성을 촉진할 수 있는 세포로 분류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HEK-293 세포가 포함된 치료제가 허가받아 시판된 사례는 인보사 말고는 없다.

골관절염 치료 약에 종양 가능성이 있는 성분이 포함된 것도 문제지만, 회사 측이 이러한 사실을 은폐하고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냈다면 큰 문제다.

식약처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인보사의 국내 판매를 중단했고, 지난해 6월 허가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다르고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 일부가 허위로 밝혀졌다는 이유로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문제없다”는 코오롱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은 크게 두 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첫째는 “세포가 바뀐 줄 몰랐다”이고, 둘째는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오랜기간 성분 변경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스스로 참담한 마음이 든다”면서도 2004년 당시 기술로는 확인이 어려워 ‘연골세포’로 판단됐던 성분이 오늘날 최신 기술로 분석해보니 ‘신장유래세포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개발한 지 15년이 지나서야 형질전환세포의 진짜 정체를 파악하게 됐다는 말이다.

또 이 대표는 “당초 계획했던 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가 인보사의 주성분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식약처가 판매 허가를 내준 근거인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종양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조과정에서 해당 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해 세포가 몸속에 남아 있지 않으니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를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성이나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이 2006년 실험 쥐 10마리에 인보사 2액을 투여한 결과 그중 3마리에서 종양이 발견한 사실이 확인됐다. 2016년 품목허가 선정 과정에서는 이 자료가 누락됐다.

또 식약처가 ‘인보사케이주 이상 사례 보고사례’를 조사한 결과 2014년 1월 1일부터 2018년 8월 11일까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보고된 부작용이 총 329건, 이중 종양 관련 부작용이 8건이다. 종양의 종류는 악성자궁내막신생물, 위암종 2건, 췌장암, 간신생물, 여성악성유방신생물, 악성자궁내막신생물, 이차암종이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인보사 피해환자 96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38.3%가 심한 우울증과 24.7%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3700여명에 대해 전수조사, 15년 장기추적 등을 통해 환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900여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제약회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웅렬 전 회장 소환 임박
이제 세간의 관심은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에 쏠리고 있다. 인보사는 이 전 회장의 대표 업적 중 하나로 손꼽혔다. 인보사를 출시할 당시 이 전 회장은 “인보사 개발에 내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했다”며 “나의 4번째 자식”이라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정작 인보사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전 회장 스스로 밝혔듯 19년 동안 인보사 개발 전 과정을 진두지휘해 온 만큼 허위 자료 제출, 은폐 등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보사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몇 개월 전 돌연 회장직에서 사임한 것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 이웅렬 코오롱 전 회장

검찰은 앞서 이웅렬 전 코오롱 회장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에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통상 출국금지 대상자는 ▲범죄 수사를 위해 그 출국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자 ▲징역형 또는 금고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자 등이다. 검찰은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 끝에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구속시켰다. 

 

검찰은 이 전 회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며 “이미 불구속기소할 정도의 증거는 확보했다”고 밝혔다. 인보사 사태 이후 약 8개월. 이 전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본지>는 코오롱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와 연결되지 않았다.

 

(사진제공=뉴시스, 코오롱생명과학)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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