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진그룹의 정기 주주총회가 약 한달 가량을 앞두면서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구축한 ‘3자 연합’의 세력 싸움이 더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 전문 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4일 이 고문과 조 전무는 4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서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면서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을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조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의 공동 전선 구축하고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들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이며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서 개선될 수 없다”며 전문 경영인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연임 승인 여부가 달린 3월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을 막고 퇴진을 요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이들은 한진칼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이 전 고문과 조 전무가 조원태 회장의 편에 선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봤다. 통상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 ‘경영권을 누가 쥘 것이냐’가 쟁점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경우 한진 오너일가의 퇴진을 요구했던 KCGI와 손을 잡음으로써, 조원태 회장을 밀어내고 전문 경영인을 세울 것을 같이 주장하고 있다. 즉, 조 전 부사장 본인 역시도 한진칼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만약 3월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이 재연임이 실패할 경우 단순히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것을 넘어 한진그룹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에 이 전 고문과 조 전무가 조원태 회장의 편에 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오너일가의 지분을 합치면 22.45%에 달한다. 여기에 한진그룹의 ‘백기사’인 델타항공(10%)과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된 카카오(1%) 지분을 더하면 조 회장의 지분은 총 33.45%가 된다.

이에 반해 3자 연합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6.49%, KCGI의 지분 17.29%, 반도건설 지분 8.28%를 합치면 32.06%로 늘어나게 됐다. 이 중 의결권이 없는 반도건설 지분 0.9%를 제외하면 이들 3자의 총 지분율은 31.98%가 된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1.5%포인트다.

따라서 3월 주총에서는 한진칼 4.11%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지난해 한진칼 지분 3.61%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던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개인 등이 캐스트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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