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폐업한 뒤에도 서류상으로 폐업을 미루는 경우가 발견됐다. 신용보증기금 대출을 갚지 않고 폐업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4월부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때 기업 대표이사에게 부과하던 연대보증제도가 완전히 폐지됐다. 이에 따라 기업 경영이 어려워 신·기보에 빌린 대출금을 갚지 못하던 대표이사들은 이를 변제할 의무가 사졌다.

하지만 기업이 부실화돼 대출을 갚지 못하면 이 기업의 대표이사나 대주주는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되고 전 금융권에 이 정보가 공유되며 사실상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다.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이름을 올리면 개인신용대출도 일시 상환해야 하고, 신용카드도 중지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신·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를 폐지했지만, 한국신용정보원의 ‘관련인 등록제’가 기업이 다시 재기할 기회를 막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뒤 상환에 실패한 법인대표·대주주 등이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은 정책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기업이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자를 관련인으로 등록하는 ‘관련인 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신용정보원의 ‘일반신용정보관리규약’은 △‘기업의 지분을 50% 초과 소유하고 있는 과점주주’와 △‘과점주주인 동시에 해당 기업의 등기임원으로서 기업 채무의 연대보증인’, △‘지분 30%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최다 출자한 자’ 등이 관련인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준은 대다수 중소기업인에게 해당된다.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지분의 대부분을 가진 있는 중소기업 특성 때문이다. 또 신용정보원의 관련인에 등록되면 해당 기업인의 정보가 금융회사 등에 공유돼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연대보증제는 폐지됐지만 결국 중소기업인들은 연대보증의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관련인 등록을 해지하려면 일정기간 정책금융기관에서 빌린 원금 일부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인 등록제는 정책금융기관이 기업 채무를 갚아주는 대신 관련인이 일정 부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연대보증이 폐지됐어도 결국 관련인에게 채무 불이행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는 금융위가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를 폐지하면서 관련인 등록제를 조정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관련인 등록제가 중소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위,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기관은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9월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연대보증을 면제받은 기업 경영인이 ‘투명경영이행약정’을 준수하면 관련인으로 등록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투명경영이행약정은 용도 외 자금 사용 금지, 자금 집행 내역의 주기적 보고 등 기업의 투명성 제고 방안 이행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소급 적용’ 여부인데, 연대보증 면제 대출을 받았음에도 관련인 제도로 인한 피해를 입은 기업인들이 많은 만큼 소급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