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드라마·영화 없다"...한국판 넷플릭스 청사진에 소비자 '냉소'

최문정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7 0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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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소비자 20명 중 17명 네플릭스 구독..웨이브의 3배
차별화된 콘텐츠 보유 정도가 가장 큰 영향
"콘텐츠가 경쟁력..웨이브·티빙 뭉치면 강점"

[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정부가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맞설 카드로 규제 완화를 꺼내들었다. 이를 통해 오는 2022년까지 ‘한국형 넷플릭스’ 모델을 5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청사진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플랫폼의 규모를 키우는 게 우선이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2위 점유율 다툼을 벌이는 구조다.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는 736만명으로 집계됐다. CJENM의 티빙과 SK텔레콤의 웨이브는 395만명 정도에 그쳤다.

 


25일 <스페셜경제>는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대표적인 국내 OTT 서비스는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의 합작 '웨이브(Wavve)' ▲CJ ENM과 JTBC의 합작 ‘티빙(TVING)’ ▲KT의 ‘시즌(Seezen)’ ▲온라인 취향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기반의 ‘왓챠플레이’ 등이 있다.

조사결과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OTT 서비스(중복응답 허용, 유튜브 제외)는 넷플릭스(17명)였다. 이어 왓챠플레이(13명), 웨이브(6명), 티빙(2명) 순으로 이용자 숫자가 많았다. 특히 넷플릭스는 모든 소비자가 한 번쯤은 이용해 봤다고 밝혔다.

또한 적어도 2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15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은 넷플릭스를 기본으로 구독한 뒤 다른 국내 OTT 서비스를 추가하는 양상을 보였다(14명).

한 소비자는 “넷플릭스는 제일 먼저 알게 된 서비스인데다 워낙 오리지널 콘텐츠가 잘 갖춰져 있어 사용한다”며 “그러나 넷플릭스에는 없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위해 다른 서비스를 추가로 구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는 “OTT서비스는 약정 등으로 묶여 있는 IPTV 서비스랑 달리 매달 구독을 연장하는 시스템”이라면서 “결국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콘텐츠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가 구독 유지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내 OTT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보는 VOD 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이들 기업이 한국형 넷플릭스를 표방하며 OTT 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해당 플랫폼에서만 독점적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 마련엔 부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웨이브, 티빙을 이용하는 한 소비자는 “자취방에 TV가 없어 정규방송을 보기 어려워 해당 OTT 서비스를 이용해 실시간 방송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OTT 서비스를 TV 대용품 정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웨이브의 경우 오는 2023년까지 총 1000억원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KBS의 ‘녹두전’과 MBC의 ‘꼰대인턴’이 전부다. 내달 중으로 웨이브와 MBC에서 공개 예정인 ‘SF8’을 포함해도 3개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OTT 서비스 구독을 포기한 이유에는 ▲여러 개의 OTT 서비스를 사용하기엔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서 ▲해당 OTT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거의 다 봤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해당 OTT의 주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예: TV 정규방송) ▲월 구독료 외에 추가 요금을 내야 해서 등이 꼽혔다.

또한 웨이브와 티빙이 모두 국내 TV프로그램을 서비스하면서도 각각 공중파, 케이블‧종편 방송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국내 OTT 업계가 강점을 갖는 국내 TV프로그램을 구독할 수 있는 통합 모델이 필요해 보인다.

한 소비자는 “웨이브와 티빙을 결합한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분명 강점이 있을 것”이라 밝혔다.

반면 왓챠플레이의 경우 2011년부터 온라인 취향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인 ‘왓챠’를 통해 사전에 빅데이터를 갖춘 뒤 지난 2016년 OTT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특정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예상 평점까지 제시한다.

 

▲ 왓챠플레이 화면 캡쳐. 왓챠플레이는 넷플릭스에선 지원하지 않는 HBO드라마 시리즈를 제공하고 있다


왓챠플레이는 OTT업체가 서비스하지 않는 콘텐츠도 '왓챠 익스클루시브'라는 이름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을 전 세계 OTT업계 중 최초 공개했다. 또한 '킬링 이브', '와이 우먼 킬' 등의 드라마도 독점 공개 했다. 넷플릭스는 저작권 문제로 공개하지 못하는 미국의 HBO 드라마도 서비스 한다.

한 왓챠플레이 이용자는 “(왓챠플레이는)넷플릭스처럼 완전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별로 없지만 다른 OTT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지원해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퀴어, 젠더, 여성서사 등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많아 놀랐다”고 밝혔다.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일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지난 2014년부터 일본에서 취향 분석 프로그램인 왓챠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왓챠플레이는 향후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등의 자체 콘텐츠 제작에 활발히 나설 계획이다.

OTT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의 공통 주장은 “OTT 서비스는 콘텐츠가 경쟁력이다”라는 사실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얼마나 독점해서 공급하는지가 결국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한 소비자는 "플랫폼 자체의 퀄리티를 높일 생각 없이 외국 플랫폼 소비에 대한 비난식의 여론몰이는 눈 가리고 아옹이다"며 “정부 주도로 국내 OTT 업계 개수만 늘릴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소비자는 “왜 한국형 넷플릭스가 5개나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는 그대로 두고 한국형 콘텐츠를 만들어 승부를 봐야 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 22일 제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열어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전략적 인수합병, 콘텐츠 투자 확대를 통해 빠른 속도로 국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반면, 국내 업계는 수직적 규제환경으로 인한 제약과 글로벌 미디어와의 불공정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규제 완화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완화된 규제 내용엔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규제 폐지 ▲온라인 비디오물 자율 등급분류제 도입 ▲방송통신 분야 인수합병 절차 간소화 등이 꼽혔다.

또한 향후 2년 안에 ▲국내 미디어 시장규모 10조원 ▲콘텐츠 수출액 134억 달러 ▲글로벌 플랫폼 기업 최소 5개가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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