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해묵은 갈등이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 측에 보툴리눔톡신 ‘나보타’ 균주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출하라고 명령하면서 조만간 4년째 이어온 양 측의 법적 공방이 결판날 예정이다.

14일 양사에 따르면 ITC 행정법원이 최근 대웅제약 측에 나보타의 균주와 관련된 서류 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오는 15일까지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ITC의 이번 명령은 증거개시(Discovery) 절차에 따라 강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웅제약은 반드시 균주를 공개해야 한다.

4년에 걸친 논란, 그 시작은 어디? 

 

앞으로 ITC 증거수집 과정에서 규명해야 할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바로 보툴리눔 균의 포자 형성 여부다.

그동안 메디톡스는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인 ‘홀A하이퍼 균주’(type A Hall hyper)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발견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대웅제약은 “홀A하이퍼 균주를 자연 상태인 토양(마구간)에서 발견해 분리동정했다”고 반박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는 무성생식을 위한 포자를 형성하지만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는 포자가 없기 때문에 두 회사의 균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나보타의 원 균주 출처를 두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양 측은 4년째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 2016년 메디톡스 정현호 대표가 “대웅제약이 나보타 균주의 전체 염기서열 370만~380만개 중 독소와 관련한 1만2912개를 공개했는데 이는 모두 메디톡신과 일치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자사 메디톡신 원료 무단 도용에 대해 국내 경찰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메디톡스는 2017년에는 미국 법원과 국내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대웅제약과 나보타 미국 판매사 에볼루스를 ITC에 제소하는 등 다툼을 키워갔다.

누구 하나는 망해야 끝나는 ‘균주 전쟁’

향후 ITC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다른 한 쪽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과는 국내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TC가 메디톡스 손을 들어주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임상 등 그동안 대웅제약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ITC는 부정한 방법으로 개발한 제품이 수입돼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을 조사하고, 실질적인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로 인해 FDA 판매 허가와 상관없이 수입금지가 결정되면 미국서 나보타의 판매가 원천적으로 막히게 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대웅제약은 자사 주력 제품인 나보타의 시장철수까지 이어질 수 있어 큰 타격이 예상된다.

반면, ITC가 대웅제약에 힘을 실어 준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메디톡스가 줄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대웅제약]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