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향한 법원의 두 번째 과제…“정치권 뇌물 요구, 어떻게 막을 것인가”

선다혜 기자 / 기사승인 : 2019-12-08 10: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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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기업이 정치권력의 뇌물 요구에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0월 열린 첫 공판 당시에도 “2019년 만 51세가 된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 고민해보라”는 이례적인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지난 6일 오후 진행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3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들은 정치권력의 거절할 수 없는 요구에 의한 뇌물 공여라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향후 또 다른 정치권력에 의해 똑같은 요구를 받을 때 뇌물을 공여할 것인지 아니면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답을 다음번 기일까지 재판부에 제시해 달라”고 밝혔다. 4회 공판기일은 2020년 1월 17일이다.

재판부가 이같이 말한 것은 이 부회장 측이 국정농단 사건의 본질을 ‘거절할 수 없는 정치권력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삼성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이는 향후 남아있는 재판과정과 양형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이 부회장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피고인에게 이같은 ‘과제’를 던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다가, 상대방이 재계 1위 대기업 집단인 삼성의 총수인 이 부회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이끌고 있는 정 부장판사의 이같은 ‘돌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0월 25일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 당시에도 이 부회장을 향해 “1993년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썩은 관행을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면서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각종 도전으로 엄중한 시기에 총수가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라며 “심리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부장판사의 앞선 두 차례의 발언이 향후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지만 재계에선 ‘쇄신’을 통해 달라질 삼성의 새로운 모습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실제 정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첫 공판 때 기업 총수의 비리 행위도 감시할 수 있는 철저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달라는 것과 국내외 여건이 각종 도전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한국이 혁신 경제로 나아갈 수 있게끔 기여해달라는 ‘쇄신안’을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요구에 삼성이 어떤 답안지를 제출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2월에 외부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내역을 모두 외부에 공개하고 10억 원 이상 고액의 경우에는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대외 후원금 운영 투명성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내년 1월 열릴 4차 공판에서도 이 부회장 측은 이같은 후원금 투명 운영 방안을 포함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독립적 이사회 운영 등의 각종 투명경영 및 신뢰도 제고 대책을 담아 재판부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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