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강력한 ‘반(反) 화웨이’ 압박을 뚫고 유럽 5세대(5G) 이동통신망 시장 진출의 물꼬를 텄다.

영국 BBC,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지난 28일(현지시각) “영국 정부가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5G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화웨이의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화웨이 장비의 전면 배제를 압박해온 미국의 요구와는 배치되는 내용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영국 측에 화웨이 관련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동안 파이브 아이즈 국가를 비롯해 한국, 독일 등 동맹국들을 상대로 화웨이 장비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민감한 국가 정보를 다루는 네트워크 핵심 부문에는 배제하고, 비핵심 부문에서도 화웨이의 장비 점유율을 35%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영국의 이번 화웨이 장비 도입 결정으로 미국 주도의 ‘반 화웨이 전선’은 균열이 가게 됐다.

특히 영국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미국의 핵심 정보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5개의 눈)’ 국가 중 하나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이번 영국의 결정은 자국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기존 화웨이 장비 배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내 주요 동맹국인 독일은 그 전부터 화웨이 참여를 검토했다.

화웨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영국의 결정은 (전면 배제 방침을 정한) 호주 정부의 관리들이 부정확한 충고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호주 정부의 결정에 대한 재고 요구를 시사하기도 했다.

영국에 이어 EU도 뚫렸다

화웨이는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EU) 5G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의 행정부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29일(현지시간) 보안 위협 우려가 큰 경우를 제외한 모든 5G 장비 사업자들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도록 한 ‘툴박스’를 펴냈다.

이날 공개된 툴박스에는 EU 국가들에게 5G 도입 때 보안을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평가하라고 주문했다.

화웨이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객관적인 경쟁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EU 회원국에 단일 업체에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공급자를 이용하고 공급자를 평가할 때 특정 국가가 지원하는 업체에 의한 개입의 위험성을 포함해 기술적, 비기술적 요인을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지침은 EU 회원국의 동의를 거친 권고안이어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로이터통신은 “EU 각 회원국이 화웨이를 이용할지에 대해 결정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일부 허용하기로 한 영국의 예를 따른 셈”이라며 “미국에 또 한번의 타격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화웨이도 유럽 내 5G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자사가 계속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사지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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