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하나금융그룹의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이 유력시 되고 있다. 당초 롯데카드 인수전(戰)에서 가장 큰 라이벌로 평가됐던 한화그룹이 아시아나 항공이 매물로 나오는 시점과 맞물려 롯데카드 인수에 손을 뗌에 따라 무혈입성(無血入城) 수순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하나금융의 롯데카드 인수 시 ‘3조 클럽’인 업계 선두 신한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의 턱밑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아울러 업계 2위인 KB금융도 M&A(인수·합병) 시장 진출을 이미 예고해오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업계 재편이 시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본 입찰에는 한화그룹이 빠져 하나금융과 사모펀드 2곳이 참여했다. 한화그룹은 당초 작년 연말부터 6개월가량 롯데카드 인수 작업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롯데카드 인수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한 것으로 관측 돼 왔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한화그룹은 항공기 엔진 개발·생산·정비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보유 중인데, 작년 4월 출범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후 한화그룹의 방산계열 구조개편을 거쳐 사실상의 한화그룹 방산 지주사격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효과가 롯데카드 이상의 매력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한화그룹이 올 초 방산계열 지배개편 완료 직후 한화생명을 주축으로한 금융개열사 지배구조개편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은 향후 승계작업을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향후 화학과 태양광 부문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총괄상무에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되는 롯데카드보다 우선순위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지주 비은행권 M&A 러시 신호탄?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할 경우 금년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경쟁적인 비은행권 M&A러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작년 말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금융지주사간 M&A경쟁이 자극된 상황에서 리딩뱅크를 신한은행에게 내 준 KB금융이나 올초 금융지주사로 전환한 우리금융 등의 경쟁심을 유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아울러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 할 경우 카드업계 순위도 바뀐다. 특히 카드사 매물은 지난 2006년 매물로 나왔던 LG카드 이후 13년 만의 일인 만큼 조용한 냇물에 떨어진 돌맹이가 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하나카드와 롯데카드의 자산규모 합산 규모는 약 21조원이다. 현재 자산규모로는 8개 카드회사 중 롯데카드가 12조6527억원으로 5위, 하나카드가 7조9847억원으로 7위를 차지하고 있다. 통합 될 경우엔 신한, 삼성에 이은 3위가 된다.

아울러 시장점유율로는 2위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다. 신용카드 기준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1.2%, 하나카드는 8.2%다. 두 개 회사 점유율을 단순계산으로 합치면 19.4%로 신한카드(21.5%)의 바로 밑인 2위까지 치고 올라간다. 물론 실제로는 중복 고객이 제외되므로 실제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인수조건으로 롯데멤버스와의 협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멤버스는 지난 2015년 롯데카드에서 독립했다. 롯데멤버스는 3900만 회원이 가입한 통합멤버스 L.POINT(엘포인트)를 운영 중이다. 롯데카드의 가장 큰 매물은 사실상 회원들의 ‘빅데이터’인 셈이다.

하나금융은 특히 롯데카드 백화점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제공하는 자산관리(WM) 등 특화된 서비스를 결합한다는 복안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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