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보자 했더니 ‘끝까지 간다’…공공기관 맞나?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공영(公營)’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기관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경영하거나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즉, 영리 목적보다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는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7월 출범한 ‘공영홈쇼핑’에 기대하는 역할도 이와 똑같다. 공영이라는 이름을 달고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공공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다.


더욱이 지난해 1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공영홈쇼핑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온갖 비리의혹이 난무하면서 본연의 책임에 충실하지 못한다는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위에서는 경영진의 방만경영이 팽배하고 아래에서는 직원들의 일탈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7년 당시 임직원들이 백수오 판매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의 홈쇼핑 판매 재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시세 차익을 거둔 사건은 공영홈쇼핑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사건으로 대외적으로 ‘도덕성 논란’이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지금까지도 크고 작은 논란과 의혹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계속되는 논란에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7월 이영필 전 대표의 임기를 1년 반 가량 남겨두고 중도 해임시키고 최창희 대표를 선임했다.


이같은 노력이 무색하게 최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낙하산 인사 및 채용 비리 의혹에 휩싸이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도덕성 논란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쇄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근까지 계속해서 불거지는 공영홈쇼핑의 각종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또’ 터진 사상 초유의 방송사고…“그럴 줄 알았다”
대표만 바꾸면 만사 오케이?…‘숭숭’ 뚫린 조직내부

공영홈쇼핑은 이달 잇따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방송사고로 도마 위에 올랐다.  

 

첫 번째 사고는 지난달 17일 오후 7시2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발생했다.

 

당시 이미용 제품을 판매하던 중 생방송 화면이 갑자기 멈춘 뒤 ‘방송시스템 장애로 방송이 중단됐다’는 자막이 화면에 노출됐다. 이후 8시15분경 방송이 재개될 때까지 TV화면에는 검정색 화면만 노출된 채 방송이 중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고 이틀 뒤인 19일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서울 상암동 전체에 정전이 발생했지만, 예비전력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생긴 사고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첫 번째 방송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똑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밤 10시경 여행상품을 판매하던 중 방송 화면이 그대로 약 3초간 정지됐다. 이후 생방송 대신 재방송만 송출됐고, 다음 날 22일 오후 6시40분이 되어서야 생방송이 재개됐다.  

 

두 번째 방송사고는 무정전 전원 장치(UPS)가 정상 작동하지 못해 방송시스템에 장애가 온 것으로 파악됐다.

예기치 못한 사고?…또 다시 불거진 ‘기강해이’ 논란

업계에서는 이번 공영홈쇼핑의 두 차례 방송사고에 대해 단순히 사고로 넘기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회사 입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라고 변명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방송사의 생방송 사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초유의 사태다.

 

더욱이 공영홈쇼핑의 위상은 사실상 공공기관에 준한다는 점에서 일반 방송사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17일 발생한 첫 번째 사고의 경우 잠정적으로 정전이 원인이 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방송중단 사고는 케이블TV 송출기 고장으로 일부 지역에 국한돼 발생하는 사례가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방송사 자체 정전으로 전국적으로 방송사고가 발생한 것은 매우 드물다. 

 

이로 인해 공영홈쇼핑의 ‘기강해이’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방송사가 정전에 대비한 비상발전도 없이 방송을 한 행태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까지 첫 번째 방송사고 원인을 예비전력 배터리 방전으로 파악된다.  

 

일반적으로 방송사는 사고 방지를 위해 예비 전력을 구축해 놓고 평소에도 꼼꼼히 관리를 하지만, 배터리가 방전이 됐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은 공영홈쇼핑의 관리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자체적으로 사고 원인에 대해 파악 중”이라며 “문제가 된 UPS에 대한 교체작업을 진행했으며, 담당자의 대한 처분은 사고원인이 파악된 후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한 지 보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여전히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처벌이나 징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게다가 비슷한 사고가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발생한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첫 번째 사고로 정부의 현장점검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점검만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지난 22일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히 저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방송법’ 규정에 따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가 중대한 사안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부터 논란과 사고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정명령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향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법인카드 ‘펑펑’쓰고, 성희롱 ‘사과’로 무마하고

사실 공영홈쇼핑의 기강해이 논란은 단순히 이번 사건만으로 불거진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이미 여러 차례 기강 및 도덕적 해이, 방만 경영 논란 등이 거론됐다. 이번 방송사고 역시 앞서 불거진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8년 공영홈쇼핑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하거나, 법인카드 사용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인사관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영홈쇼핑 지침상 카드 사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칙적으로 비정상 시간대(밤 11시~아침 6시)에는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8년도 7월까지 법인카드 사용 내역 7만8819건의 분석한 결과, 이 시간대의 법인카드 사용은 1000여건 7000만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호프집·포차·횟집 등 대부분 식대와 주류비로 사용됐다.  

 

지난 2017년 4월에는 사내에 설치한 공영신문고에 성희롱 제보도 접수됐지만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구두경고만 하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영홈쇼핑의 성희롱 예방지침에 따르면 성희롱 사안의 심의를 위해 성희롱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은 커녕 단순히 ‘구두경고’만으로 급급하게 사건을 무마한 것이다.

‘도 넘은 도덕적 해이’ 근거 있는 주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영홈쇼핑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해고 8명, 정직 15명, 감봉 14명, 견책 6명 등 총 43명을 징계했다. 최근 1년 사이 전체 직원의 13%에 달하는 직원이 무더기 징계를 받은 것이다.  

 

징계 혐의는 ▲부당지분 투자 관련 임직원 주식거래 행위 ▲성희롱 ▲부적절한 업무지시 ▲부정행위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등이다.  

 

이같은 사례들은 개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조직관리체계의 ‘구멍’이 생겼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지속되는 수박겉핥기식 감사,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회사 전체적으로 ‘도덕불감증’이 번지는 모양새다.  

 

때문에 공영홈쇼핑이 본래의 출범 목적인 공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경영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다.

 

그 어느때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회사 내부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공영홈쇼핑은 지난해 7월 이영필 전 대표의 임기를 1년 반 가량 남겨둔 채 중도 해임시키고 최창희 대표를 선임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직원들의 도덕불감증 ‘도’ 넘었다
위기관리 능력 ‘낙제점’ 최 대표, 해임 청원까지 올라와

‘엎친 데 덮쳤다’…논란 키운 최 대표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최창희 대표는 눈에 띌만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논란만 더하고 있다. 말 그대로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셈’이다.  

 

최 대표는 취임시점부터 잡음이 계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고 4년 선배이자, 2012년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으로 ‘낙하산 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홈쇼핑이나 유통업계 관련 경력은 전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최 대표는 제일기획 국장, 삼성자동차 마케팅이사, TBWA KOREA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초코파이 ‘정(情)’, ‘고향의 맛’ 다시다, 2002년 한일 원드컵 ‘Be the Reds’ 길거리 응원 등을 만들며, 한때 ‘광고계의 전설’로 불렸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는 홍보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선거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를 만든 바 있다. 낙하산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새 대표 선임 시점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더니 취임 4일 만에 한 중소기업의 ‘궁중갈비탕’ 방송을 이틀 앞두고 일방적으로 방송 불가를 통보를 해 ‘갑질 논란’이 일었다.  

 

갑질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해당 글에는 “A과장에게 방송 취소 이유를 물어보니 대표가 일방적으로 방송을 빼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당시 최 대표는 업무보고에서 “‘김하진의 궁중갈비탕’이 포장지에 김하진(요리연구가)의 이미지가 없어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발언했고, 이틀 뒤 해당 팀장이 품질개선보고서를 올리자 “철저한 품질관리와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공영홈쇼핑은 자체 감사를 통해 사실 확인에 나섰고, ‘직원들이 최 대표의 발언을 확대 해석했다’고 결론 내렸다.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썼던 최 대표는 이후 공영홈쇼핑 상임감사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보좌관 출신 A씨를 상임감사로 임명하며 다시 한 번 부정인사 논란에 불을 지폈다.

더 ‘큰’ 위기 맞았다…이미지 쇄신 가능할까?

계속되는 최 대표 발(發) 논란으로 인해 수장 교체로 방만경영 이미지를 쇄신하려 했던 공용홈쇼핑은 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부터 리더십이 도마 위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최 대표의 선임 시점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도 최 대표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쳤다는 것이 큰 문제다.  

 

급기야 지난 3월2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타공공기관 공영홈쇼핑 낙하산 인사인 최창희 대표와 A 상임감사의 해임건의’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취임 1년도 안된 최 대표이사는 손혜원 입찰비리, 갑질경영, 입찰비리 등 회사를 이용해 각종 비리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A 상임감사는 지적과 감사없이 사건을 무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임감사는 대효이사의 문제점들을 감사하고 지적하는 자리임에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으며 많은 문제점을 초래했다”며 “A씨는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임에도 무리한 이사단행을 한 인물이 누군지부터 추궁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최 대표의 지휘 하에 앞으로 공영홈쇼핑의 방만경영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바로 잡힐 지에 대해서 의문의 눈초리가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전문가인 최 대표가 대대적인 혁신을 단행하기는 커녕 논란만 키워가는 상황에서 공영홈쇼핑이 이미지를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조직 내부적으로도 최 대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어 강력을 리더십을 기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공영홈쇼핑 홈페이지 및 국민청원게시판 캡쳐]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