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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전세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전세대출이 갭투자 자금원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이 가계부채 건전성을 높이는 데 실효성이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9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은행권에서 공급된 전세자금대출은 총 90조3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전세대출이 71조5000억원이었던 전년과 비교하면 26%가량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정책성 전세대출까지 더하면 대출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20조원으로,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금액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은행권 주담대는 약 6%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전세대출의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고 지난 2018년 본격적으로 규제에 돌입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발표한 9·13 대책의 일환으로 1주택자는 연가구 소득이 1억원을 넘으면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HUG)의 전세자금 보증을 막기도 했다.

시중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 주택금융공사나 HUG, SGI서울보증 중 한 곳의 보증을 받아야 이율이 낮아지는데 주택 소유자거나 연 1억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경우 주금공과 HUG의 보증을 막은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11월부터는 9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 대출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부 규제에도 전세대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별다른 규제가 없던 지난 2017년 11조6384억원이었던 전세대출 증가 규모가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 2018년 무려 18조4434억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였던 2019년에도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17조1624억원으로, 규제 시행 전보다 증가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집값이 증가하자 구매 대신 전세 수요가 많아지기도 했고, SGI 서울보증의 경우 민간기업이라 당국이 마음대로 보증 제한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없어 규제의 사각지대라는 점도 전세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보면 전세대출은 보증이 있는 대출이라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거의 없어 심사가 느슨한 편이라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서울보증에 시가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 보증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조 형식을 취했지만 서울보증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등의 분석이다.

또한 당국은 전세대출을 이미 받았지만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새로 매입해 보유하고 있거나, 보주 중인 주택이 2개 이상인 경우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은행은 해당 내용을 대출약관에 명시하는 작업을 이미 하고 있으며, 당국은 세부 규정을 마련해 이달 중순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당국은 규제 막바지 단계에서 예외로 허용하는 선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지방으로 갑자기 전근을 가게 됐거나 자녀가 아파 요양이 필요한 경우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가계에 대출 규제를 적용해야 할 지 예외로 둬야할 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규제는 갭투자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인만큼 예외는 최소화할 방침이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주택시장 한 관계자는 “전세대출이 갭투자 자금원으로 사용되는 상황을 방치하다 보면 전세 가격과 집값 상승이 가팔라져 걷잡을 수 없는 투기판이 될 것”이라며 “실제로 거주하려는 목적을 가진 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전세대출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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