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이 업계 5위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계열사인 제주항공과 시너지 효과 클 것이라는 점에서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항공 공동경영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기타 지분을 포함한 51.17%를 제주항공에 양도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양사는 항공산업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 간의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점유율 확대와 시장 주도권 강화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항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홀딩스 이수지 대표는 “국내외 항공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양사가 뜻을 같이하게 됐다”며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로서 최대주주인 제주항공과 공동경영체제로 항공산업 발전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무근’ 일관하던 이스타항공 매각설…이번엔 왜?

이번 협약은 항공산업의 위기돌파를 위해 제주항공이 제안하고 이스타항공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협상이 시작됐다.

올해 국내 항공업계는 전례없는 한파를 맞았다. 7월 한·일 갈등에 따른 일본여행 불매운동이 본격화 되면서 항공업계의 공급과잉이 현실화 됐다.

3분기 대한항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2·3분기 연속 수백억 대의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올해 이스타항공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지난 9월에는 비상경영체제 돌입까지 선언할 정도였다.

앞서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당사는 대내외 항공시장 여건 악화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까지 누적 적자만 수백억 원으로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회사의 존립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16일부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위기극복 경영체제로 전환할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이스타항공은 기존 전체 운항 노선 가운데 30% 이상을 일본 노선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불매운동이 고조되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밖에도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이은 에어부산의 거취, 추가 경쟁자 유입으로 인한 항공사 간 심해져가는 경쟁구도 등으로 인해 2020년까지 항공업계 판도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이런 악재 속에서 이스타항공은 끊임없이 매각설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이스타항공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렇지만 국내 항공산업 업황이 특별한 해결책 없이 악화돼 가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항공업계 새판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애경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인수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품에 안고 ‘2위’와 격차 벌려

제주항공은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악화된 업황에 규모의 경제로 승부를 볼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항공노선(국제선·국내선 통합, 유임·환승여객 기준) 점유율은 각기 10.18%와 5.02%다. 합산(15.20%) 시 2위인 진에어(7.56%)를 압도할 수 있게 된다.

제주항공 이석주 사장도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여객 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 모델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안전운항체계 확립과 고객 만족도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서도 LCC 1위인 제주항공과 5위권인 이스타항공의 사업 협력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스타항공]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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