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으로 촉발된 불화에서 ‘갈라서자’까지 나와
4·3보선 참패로 갈등 격화…지도부 재신임론 vs 분열행위 엄중대처
“여야 균열 속 중도입지 확장될 것”…손학규 방식 기대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모두발언 전 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선거제 개편과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부터 불거지던 바른미래당 내부의 갈등이 4·3보궐선거 참패 이후 극심한 내홍으로 치닫고 있다.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를 제외한 권은희(1974) 정책위의장·이준석·하태경·권은희(1959) 최고위원·김수민 전국청년위원장 등 5명이 대거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만 이 중 바른정당 출신인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의 사퇴를 주장하며 회의에 불참했지만, 국민의당 출신인 김수민 최고위원과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당내 갈등과 상관없이 다른 문제로 인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를 골자로 하는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개혁법안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과의 패스트트랙 드라이브 공조에서 내부 갈등이 촉진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드라이브…갈등의 시작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축으로 볼멘소리가 나오면서 시작된 당내 갈등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대여투쟁을 전개하는 가운데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대면·전화통화로 설득에 나서면서 본격화됐다.

김 원내대표 등은 패스트트랙 일괄 지정을 고수한 반면, 유승민 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 원내대표는 “당론 수렴이 의무는 아니다”라고 못박으며 강행의지를 내비쳤지만 일부 의원들은 “해당(解黨·害黨)행위”라며 맞섰다.

급기야 지난달 18일에는 바른정당 출신 원외위원장 10명이 ‘패스트트랙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며 “지금의 패스트트랙 논의진행은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민주당 권력기관 장악의 들러리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며 “원내 제2당을 배제하고 선거법을 변경하는 것은 새로운 독재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갈등, 내홍, 반목…불거지는 손학규 책임론

지난 4·3보선 참패 후 이런 양상은 더욱 심화됐다. 창원성산에서 목표로 했던 두 자리 수 이상은커녕 민중당(3.79%)에게마저 뒤처진 4위(3.57%)에 그치자 선거를 총 지휘한 손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며 비상대책위원회로 체제 전환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당시 하태경 최고위원은 “당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당 지도부의 한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손 대표와 상의해 당 지도부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하며 손 대표에게 ‘찌질하다’, ‘벽창호’ 등 원색적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된 이언주 의원에 대한 징계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5일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연석회의에서는 하태경·권은희·이준석 등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들이 사실상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수많은 판단미스로 진정성이 신뢰를 받지 못해 안타깝지만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지도체제가 바뀌어야 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했으면 한다. 그게 싫다면 재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권은희 최고위원 또한 “손학규 방식을 국민이 아니라고 하는데 손 대표가 결단하셔야 하고 지도부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제외한 지도부 5명 중 3명이 지도체제 전환과 사퇴를 공식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이찬열 의원은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맞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쳐 끝없는 단결을 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통합 강조…“여야 균열 속에 중도입지 확장될 것”

하지만 손 대표는 당을 흔들려는 시도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손 대표는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당의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환부를 도려내 전진해야 할 때”라 강조했다.
 

▲ 지난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이워총회에 바른미래당 이언주(왼쪽) 의원이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윤리위원회를 열어 손학규 대표에게 '찌질이' 등 발언을 한 이언주 의원에 대해 당원권 1년 정지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손 대표에게 막말을 쏟아낸 이언주 의원에게 1년의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렸다. 내년 총선이 4월 15일인 점과 바른미래당 당규가 공천 자격 중 하나로 ‘공천일 현재 당원인 자’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이 의원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조치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 속에 이날 최고위원회의 대거 불참사태까지 벌어지자 손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우리 당의 많은 의원들, 지역위원장들, 당원들이 다음 선거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분명히 말씀드린다. 다음 총선은 다를 것이다. 여야 균열 속에 중도세력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라 공언했다.

한 일간지 기자가 ‘인고의 시간을 가지고 어떻게든 교섭단체를 유지해 총선에서 기호 3번을 확보할 수 있으면 제3세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한 것과 관련해 그는 “제3세력으로 살아남는 것이 우리 목표가 아니다. 중간지대, 중도세력의 확대로 우리가 새로운 주력군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극단적 움직임은 아직…다만 가능성은 있어

일각에서는 고조되어가는 당내 내홍과 관련해 탈당이나 해당·파당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펴고 있다.

한 바른정당계 인사는 “(보수인사들이)탈당한다는 시도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 당을 깨자고 한 건 이찬열 의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높아지고 있는 쇄신론의 목소리가 파열의 움직임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보선 결과를 두고 의원들이 서로 ‘네 탓’공방을 펼칠 경우 내분이 급속도로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이미 하태경 최고위원 등은 최고위원회의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재신임 요구에 이어 ‘갈라서자’는 말까지 나온 현재 손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당내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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