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성아 인턴기자] 지난 19일과 20일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원의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감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강하게 표출했다. 야당 의원들과는 설전을 벌이며 감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 논란이 된 이 지사의 게시물 (출처=이재명 페이스북)


▲국민의짐·국감거부, 이재명의 말말말
이 지사는 국감 시작 전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경기도 국감이 시작되기 전인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을 ‘국민의짐’이라고 표현했다. 국민의힘이 제기한 도청 홍보비 부풀리기 의혹에 정면 반박하면서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지사가 경기도청에 부임한 후 언론홍보비가 남경필 전 지사가 책정한 홍보비보다 2배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남 전 지사 퇴임 직전 2년간 홍보비로 140억원을 사용했고 이 지사는 지금까지 2년여간 256억원가량을 지출했다.

이 지사는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짐이라 조롱받는 이유’라며 해당 의혹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19일 행안위와 20일 국토위 국감 모두에서 이 지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특히 20일 국토위 경기 국감에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너무 정치적이지 않냐, 제1야당에 국민의짐은 너무하다”라며 “다른 당에 대한 예의를 지켜라”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내가 짐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짐이라고 조롱받는 이유를 쓴 것이다”라며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충분히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를 거부했다.

이 지사의 이런 태도에 야당 의원들은 호통을 치며 감사 중단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이헌승 감사반장 또한 “당명에 대한 폄하는 좀 그렇다. 유감을 표명해주길 바란다”라고 했지만 이 지사는 “사과는 마음에 있어서 하는 것이다”라고 거절했다.

결국 국토위 국감은 이후 2시간가량의 정회에 들어가며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 지사의 국감거부 발언도 논란이 됐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의짐 발언 직후 또 다시 ‘근거 없는 자치사무 국정감사는 이제 그만해야’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국회는 ‘국정’감사 권한만 있을 뿐 지방자치사무에 대한 감사 권한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지사는 게시글을 통해 “국감법은 국감의 감사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에 한정한다”라며 “시할머니가 며느리 부엌살림 간섭도 모자라 며느리에게 손자며느리 부엌조사까지 시키는 격”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국감 사양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발언도 국감에서 한차례 설전을 일으켰다. 19일 행안위 국감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 지사의 게시글을 언급하며 “점심시간 댓글을 보니 국감이 나랏돈을 확인하고 제대로 집행함에 있어 자치사무 구분이 필요하냐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이 지사의 발언을 꼬집었다.

이 지사는 “국감을 안받겠다는 차원의 말이 아니다”라며 “국감법에 명시된 경우가 아니라면 협조적 차원의 조사라서 강제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씀을 드리려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했다면 용서해달라”라고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옵티머스·대선 행보까지…이재명 국감인가
양일간 이뤄진 경기도 국감은 현재 ‘이재명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도의 도정 현황뿐 아니라 이 지사의 행보와 발언, 국가 현안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19일 행안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최근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이 지사의 연루 가능성을 지적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자 당시 옵티머스자산운용 고문이 지난 5월 이 지사를 만난 후 광주시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가 열흘 내로 신속하게 처리됐다는 이유에서다.

봉현물류단지 사업을 추진하던 업체인 골든코어의 정영제 대표가 옵티머스 정계 로비 의혹 사태의 핵심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 지사는 “채 전 총장을 만난 것은 맞으나 옵티머스 연루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매뉴얼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열흘 내 관계기관 의견을 내라고 하는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경기도 12개 물류단지 관계기관 협의 문서에 똑같이 기재돼 있다”라며 “펀드 사기꾼의 거짓말 문서에 의해 정치적으로 도정을 훼손하는 일이 안타깝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질의 초입에 느닷없이 대선 출마 여부를 묻기도 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본 질의 시작 전 “최근 대선 지지율 1위던데 대선에 출마하나”라고 출마 여부를 묻기도 했다. 다른 야당 의원들 또한 도정에 관한 질의 도중 “다른 곳에 집중하느라” 또는 “너무 정치쪽으로만 가셔서” 등 대선을 의미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국회의 이재명 국감에 여론은 눈살을 찌푸렸다. 수원시에 거주하고 있는 박씨(27)는 “도정을 감사하는 국감 자리에서 도정보다는 이 지사의 행보에 꼬투리를 잡는 것에 급급해 보였다”라며 “도민의 입장으로 도정에 대한 감사를 보고 싶었는데 이 지사와 의원들의 설전이 이어지니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스페셜경제 / 김성아 기자 sps0914@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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