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병훈 전문공보관이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룸에서 패스트트랙 사건처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2020.01.02.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검찰이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충돌을 빚은 여야 국회의원 29명을 2일 전격 기소했다. 지난해 9월 10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사건이 이첩된지 1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3일만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 및 보좌진·당직자 4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자유한국당 의원 14명과 보좌진·당직자 2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 1명과 보좌진·당직자 1명, 한국당 의원 10명과 보좌진·당직자 1명은 약식기소됐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에서는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 의원 등 4명과 보좌진 및 당직자 4명,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강효상·김명연·김정재·민경욱·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은재·정갑윤·정양석·정용기·정태옥 의원 등 14명과 보좌진 및 당직자 2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보좌진 및 당직자 1명, 한국당 곽상도·김선동·김성태(비례)·김태흠·박성중·윤상직·이장우·이철규·장제원·홍철호 의원 등 10명과 보좌진 및 당직자 1명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이 떨어졌다.

나머지 민주당 의원 28명과 보좌진·당직자 7명, 한국당 의원 37명과 보좌진·당직자 11명에 대해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 지난해 4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 선임된 채 의원을 사개특위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막아서고 있다. 이날 채의원은 오전 9시부터 자유한국당 의원들로부터 감금상태로 나가려는 채이배와 막아서는 한국당 의원들 간 몸싸움도 수차례 있었고 오후 1시25분께 쯤 소파까지 가져와서 막아놓은 상태다. 2019.04.25.

민주당 권미혁·김해영·박완주·소병훈·유승희·최인호 의원 등 6명은 혐의가 없다고 봤지만, 한국당은 모두 기소유예 이상에 해당되는 혐의가 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로 인해 패스트트랙 폭력사태로 기소된 국회의원은 민주당 5명, 한국당 24명에 이른다.

여기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7시간가량 의원실에 감금했던 여상규·김도읍 의원 등의 이름은 오르지 않았다.

 

▲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4월 25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상임위·특위 의원 교체)을 허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다음 간사인 채이배 의원실을 점거하자 채 의원이 창문을 통해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04.25 (사진=뉴시스)


검찰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국회 CCTV 및 언론사 영상 약 1,100편 가량을 분석하고, 국회사무처와 국회방송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함께 고소·고발된 인원 129명의 통화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문희상 국회의장 및 바른미래당 김관영 전 원내대표에 대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직권남용’은 국회 선례 및 입법관계자 진술 등에 비춰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단정이 어려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바른미래당 김관영 전 원내대표는 오신환·권은희 당시 사개특위 위원이 검찰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자 이들을 사임하고 임재훈·채이배 의원으로 보임한 바 있다.

또한 검찰은 문희상 의장이 이같은 사보임을 허가한 데 대해 한국당 의원들 수십 명이 국회의장실을 찾아 항의하는 과정에서 임이자 의원의 얼굴을 양손으로 만진 것이 성추행이라는 한국당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기소는 공수처 설치법이 통과된지 3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저녁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을 176명 중 159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직무상 범죄(직무유기·직권남용 포함)를 수사대상으로 삼으며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는 직접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일찍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을 재가하며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검찰이 불안감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안과 진입을 저지하는 가운데 지난해 4월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국회 관계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안건 법안제출을 위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19.04.26. (사진=뉴시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그동안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다 공수처법이 통과되고 새로운 개혁 장관이 임명되자 뒷북 기소를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가 총 동원돼 행사한 폭력사건에 일부 의원들에게만 책임을 물은 것은 매우 가벼운 처분”이라며 “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전반에서 극히 일부인 폭력 고발 건은 의도적으로 키워 민주당 의원·당직자를 8명이나 기소한 것은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검찰의 작위적 판단”이라 비판했다.

정의당 김종대 수석대변인도 “폭력 사태 최종 책임자이자 배후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전)원내대표가 기소명단에 오른 것은 마땅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이번에 민주당 의원 5명을 기소 명단에 포함한 것은 무리한 기계적 균형 맞추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검찰이 기계적 평등 논리를 앞세워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를 기소 대상에 대거 포함시킨데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불만은 한국당에서도 터져나온다.

성일종 원내대변인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일의 선후를 따지지 않은 정치적 기소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야당은 24명, 여당은 5명 기소가 말이 되느냐”며 “여당무죄, 야당유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선거법·공수처법에 이은 야당의원 기소는 이 정권의 분명한 야당 죽이기”라 주장했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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