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 사장, SK하이닉스 부회장 겸직…빅테크 사업 무게
SK E&S 공동대표 체제로…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 가속화
거버넌스위원회 신설…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로 파이낸셜스토리 강화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근본적 혁신(딥 체인지)를 통해 그룹의 체질 개선을 꾀했던 최 회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지배구조의 투명성까지 시야에 넣었다. 이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매력적인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파이낸셜 스토리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 최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해 탐욕스러운 대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동반자로 변신을 꾀해 온 SK그룹은 ESG 경영을 강화해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 개편 등에서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SK그룹이 3일 오전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신규 선임 103명에 부회장·사장 승진 4명을 더해 총 107명의 승진을 확정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의 기조는 ‘안정 속 혁신’이다. 구체적으로 최 회장의 요구한 바와 같이 고객·투자자·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경영 불확실성을 고려해 예년보다 신규 선임의 규모는 소폭 줄었다. 그러나 바이오, 소재, 배터리 등 신규 성장사업에는 능력 있는 인재들을 과감하게 발탁했다.

 

여성 인재의 발탁 기조도 유지됐다. 예년과 같은 7명이 신규 선임돼 그룹 전체 여성임원 수는 34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SK그룹은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여성 임원 후보군을 조기에 발탁해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아갈 방침이다.

 

신규 선임된 임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올해 2명이 부회장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함께 이끌게 됐다. 이에 따라 종전에 맡고 있던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직은 내려놓는다. 대신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ICT 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박 부회장은 SK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M&A(인수합병) 전문가이자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1989년 ㈜선경에 입사한 뒤 SK텔레콤 뉴욕지사장, SK그룹 투자회사관리실 CR지원팀장(상무),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SK C&C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한 데 이어, 도시바 인수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이런 박 부회장에게 주력인 반도체와 통신을 모두 맡긴 것은 IT 중간지주사 전환에 힘을 실어주고 향후 빅테크 사업의 속도를 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SG 경영을 강조해 온 최 회장의 뚝심도 엿보였다. 

 

우선, SK E&S는 공동 대표 체제를 갖춰, 앞으로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유정준 SK E&S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유 부회장은 매킨지 재직 시절 최태원 회장이 발탁, SK그룹에 합류한 뒤 SK㈜ G&G추진단장(사장), SK에너지 R&M CIC(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룹의 미래 에너지 사업을 이끈 경험과 국제 감각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솔루션사업 등 신성장사업의 해외 확장을 이끌게 된다. 

 

추형욱 SK주식회사 투자1센터장은 사장으로 승진하고, 유 부회장과 함께 SK E&S를 이끈다. 1974년생인 추 사장은 소재·에너지 사업 확장 등에 크게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임원에 선임된 지 만 3년만에 사장 자리에 올랐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염 사장은 지난 2017년부터 경영경제연구소를 이끌어 오며, 행복경영,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 등 SK의 최근 변화에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 염 사장은 앞으로도 ESG 등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과제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특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ESG 경영의 전사적 추진을 위해 변화를 줬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했다. 기존 에너지·화학위원회 대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해 환경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이 외에도 바이오소위원회, AI소위원회, DT소위원회를 관련 위원회 산하로 놓아, ESG 경영을 선도하는 한편 바이오, AI(인공지능), DT(디지털 전환) 등 미래 먹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신설되는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자율·책임경영지원단장과 법무지원팀장을 맡고 있는 윤진원 사장이,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선임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어느때보다 경영 불확실성이 큰 한 해였지만,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내년 또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이번 인사가 그간 준비해 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본격 추진하면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ESG의 세계적인 모범이 되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