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시계 제로’…국유화, 차선책 될까

윤성균 기자 / 기사승인 : 2020-07-29 15: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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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M&A 계약 무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셜경제=윤성균 기자]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무산 위기를 맞으면서, 채권단은 플랜B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로선 국유화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부진한 상황에서 국유화가 옳은 선택인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M&A 계약 무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을 무기한 연기한 HDC현산은 최근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동안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했고, 영구전환사채의 추가발행으로 매수인의 지배력 약화가 예상된다며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HDC현산의 이러한 요구가 계약 취소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HDC현산 측의 인수의지의 진정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매각 작업이 무산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플랜B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4차 경제중대본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 가능성을 언급해 이목이 쏠렸다.

이 자리에서 아시아나 국유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손 부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감안해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섣불리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손 부위원장의 발언 직후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급등하며 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이날 아시아나 주가는 전일 대비 20.65% 급등한 429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금융위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일 부위원장의 아시아나항공 관련 발언은 현재 M&A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관계기관간 관련 협의가 긴밀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취지를 발언”이라며 “특정 방향성을 전제로 발언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채권단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시장에서 말하는 국유화는 그야말로 마지막 보루”라며 “M&A 계약이 무산된 것도 아니고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인데 섣부르게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HDC현산의 실사 제안을 받아들일지, 받아들인다면 12주라는 기간이 적당한지 등 수요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대한 딜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직 HDC현산의 재실사 제안이 유효한 상태이기 때문이 재협상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미래에셋대우와의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 만기가 끝났는데 만기 연장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인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우리는 FI(재무적 투자자)로 참여를 하고 있고 HDC현산이 원하면 얼마든지 금융지원을 이어갈 수 있다”며 “HDC현산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HDC현산과 미래에셋대우의 컨소시엄은 건재하지만 문제는 HDC현산의 인수의지이다.

만약 HDC현산과의 협상이 무산되면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자회사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분리매각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경영난을 안고 있는 저비용항공사를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매수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앞서 매각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처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청산절차를 밟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8000억을 출자 전환해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국유화 방안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현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30.77%다.

채권단 경영체제로 들어가면 사업재편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 자산을 털어낸 뒤 적당한 시기에 재매각에 나설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나를 사겠다고 나서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결국 아시아나 항공도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유화 가능성에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급등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유화로 아시아나항공의 체질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플랜B에 대한 정부의 원론적인 입장으로 섣부른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며 “여객 시황은 내년에도 흑자를 장담할 수 없고 대주주가 바뀌어도 글로벌 경쟁력 제고나 자본 확충 등 체질 개선에는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산과 산업은행 모두 결정을 유보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유화는 현시점에서 채권단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대신 40조원 규모로 마련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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