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갑질’ 19명 직원 단톡방에서 새벽 4시까지 쏟아진 폭언‧욕설

 

지난 8월 28일 부산시 산하 소기업‧소상공인 종합지원기관인 부산신용재단(부산신보)의 이병태 이사장이 간부들이 참여하는 19명 단체 카톡방에서 술이 취한 채 새벽까지 5시간 넘게 거친 말과 욕설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이 단톡방은 29일 오전 폐쇄됐고 이 이사장은 그날 오전 회의에서 밤 사이 남긴 폭언에 대해 직원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월적 직위를 이용해 막말을 이어가 전형적인 ‘갑질’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직원들의 항의가 수그러들지 않자 이 이사장은 이달 11일 해당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고 부산시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스페셜경제>에서는 부산신용재단 이병태 이사장의 ‘카톡 폭언’ 논란에 대해 한 번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 이사장 “술에 취해 그만…” 한밤 취중 막말에 ‘간부들은 괴로워’ 
단톡방 한 간부에게는 전화 통해 폭언… 노조 “진정한 사과 필요해”


부산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부산신보 본부장과 지점장, 부장 등 간부 19명이 참여한 단톡방에서 ‘누가 이 공기업을 이런 ☓같이 만들었습니까’, ‘무슨 ☓랄을 떠는거야’ 등의 욕설과 폭언을 지난달 27일 밤 10시 30분께부터 다음 날 새벽 4시20분께까지 쏟아냈다.

이날은 부산신보 영업점장 회의가 열린 날로 이사장은 회의 이후 간부들에게 식사 참석을 지시했는데 상당수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 본부장이 단체 카톡방에서 아쉬움을 토로했고, 이 이사장이 등장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이 이사장은 “대한민국 지방 공기업에게 매니저(간부)로 살아가는 의무에 대해 가르쳐 드리겠다”며 불쾌한 감정을 표출했다. 이때 한 간부직원이 “밤이 깊었으니 내일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채팅 멤버 19명에게 휴식을 주시기를 청한다”고 올리자, 이 이사장은 “본부장. 무슨 ☓지랄을 떠는 거야”, “혈압이 올라 잠을 잘 수 없다. 비가 내립니다. ☓같은 비가 내립니다”라고 폭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또 오거돈 부산시장의 최측근인 이 이사장은 정부와 부산시의 정책에 발맞춰 추진하는 소상공인 지원책 성과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게 무슨 공기업이야”, “이런 ☓같은 직장에 온 게 너무 후회스럽다” 등의 거친 언사를 이어갔다. “여러분들 월급은 소상공인 지원하라고 부산시민들이 피 같은 혈세를 준 것”, “24만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재단의 법적, 고유사업을 혼돈하는 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 “소상공인들 편익은 뒷전, 한 줌도 안 되는 소수의…”라는 얘기가 주된 내용을 이뤘다.

이러한 문자폭탄은 새벽 4시가 넘도록 이어졌고 일부 문자는 보냈다가 스스로 삭제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 “만취해 실수… 송구스러워”

갑질 막말 논란에 대해 이 이사장은 “회사 경영과 관련해 그동안 쌓인 불만과 스트레스가 이날 마신 술로 폭발한 것 같다”며 “화를 다스리지 못해 송구하다”며 말했다. 이와 함께 “부산신보는 이사장이 아무런 힘도 없는 식물재단으로, 3년 전 굴욕적인 단체협약으로 경영권이 노조에 대부분 있기 때문에 이사장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본의 백색국가 규제 후 내놓은 정부의 특례보증도 노조가 시행을 거부했다”며 “노조의 눈치를 보는 부서장들이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화가 나 그랬던 것”이라며 해명과 진화에 나섰지만, 오 시장의 감사지시가 나오자 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노조 “이사장은 노조 탓만… 단톡방에 있던 간부에게는 전화 연결해 막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 부산신보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신규 사업 시행에 있어서는 노조는 사측과 합의를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부산신보가 전국에서 업무 강도와 생산성이 가장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의 공약인 소상공인 특별자금 확대 등의 사업을 무리하게 강행해 직원들이 아픈 경우도 많고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는 실정이라며 이사장이 노조 탓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관계자는 단톡방 폭언 당시 한 간부에게는 전화를 통해 폭언을 일삼기도 했다며 이사장의 진정한 사과가 없다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 공공기관 노조 협의회 등과 연계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모범이 되어야 할 공공기관장이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지위를 남용해 SNS 단체 채팅방에서 폭언을 삼은 것은 기관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다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신용보증재단 홈페이지 캡처]

 

스페셜경제 / 이시아 기자 edgesun9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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