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발발된 일본의 경제보복 불똥이 항공업계까지 번졌다.

일본 정부가 지난 1일 3개 반도체 소재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비자 발급 요건 강화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항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한국에서도 이번 일본의 보복 조치로 인해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일본 관광 자제 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가 한일 양국 관광객 감소로 이어진다면 특히 일본 노선에 주력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실적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LCC들은 국제선 노선 중 단일 국가 기준으로 일본 노선의 개수가 가장 많다.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은 국제선 68개 노선 중 22개 노선이 일본 노선이며, 진에어는 국제선 28개 노선 중 9개 노선이다. 티웨이항공도 국제선 53개 노선 중 23개 노선이 일본 노일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동안 이들 LCC들은 일본 지역 취항을 통해 수익성을 확대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LCC의 전체 여객 매출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한 비중은 약 31%에 달한다.

지난 2010년 이후 한·일 관계 악화로 여행 수요가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한 적도 없다. 2011년 일본 대지진과 원전 폭발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한 이후 2017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게다가 LCC들은 올해에도 일본 노선에 신규 취하을 계속하며 점유율을 늘려 왔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4월 인천~가고시마 노선에 신규 취항했으며 에어부산은 대구~기타큐슈 정기편 운항을 시작했다. 제주항공도 최근 부산~삿포로, 무안~후쿠오카, 제주~후쿠오카 등 일본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이처럼 LCC들은 일본 노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양국의 갈등 상황은 LCC의 실적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현재 일본 정보는 반도체에 이어 후속 보복조치 중 하나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강화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유학비자, 취업비자, 영주권 발급 강화에 이어 90일 무비자 관광비자까지 제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비자 발급 축소 조치가 현실성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정부가 자국 관광업계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미치는 여객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를 가할 확률을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항공업계의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는 경제보복과 더불어 양국에서 ‘반일/반한 감정’이 들끓으면서 여행심리 자체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17 중국 경제보복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됐을 당시,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한 바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일본노선 여행객이 줄어들더라고 현재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탑승객이 다소 줄더라도 항공편을 줄이기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다른 노선으로 대체 운영할 수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여름 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터진 이번 사태로 인해 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며 “일단은 일본 정부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피고 향후 대책을 논의해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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