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제외하고 14명이 기소 여부 검토
부의위 때도 격론 끝 간신히 ‘과반수’
찬반 7대7 나오면 부결…기소 여부는 검찰에게로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다시금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양창수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사건 심의를 회피함에 따라 수사심의위의 최종 의견이 부결될 가능성이 생긴 까닭이다.
구속영장 기각, 수사심의위 소집을 끌어내며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해소할 기회에 한 발 다가섰던 삼성전자는 ‘양창수 변수’가 가져올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양창수 위원장은 지난 16일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다룰 심의에서 빠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무죄 판결, 경영권 승계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언론기고,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인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양 위원장은 이 부회장 사건의 핵심 피의자 중 한명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과의 오랜 친분을 이유로 들어 사건 심의를 회피했다. 양 위원장은 최 전 실장과 서울고 22회 동창이다. 다만 양 위원장은 언론에서 문제삼은 다른 사실들에 대해서는 ‘회피 사유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 위원장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 심의를 유도할 것이라고 예단할 순 없다. 수사심의워원장은 회의를 주재하지만 질문을 하거나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심의대상 사건 관계인과 친분 관계나 이해관계가 있어 심의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해당하는 데다, 대기업 총수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첫 사례인 만큼, 굳이 불필요한 논란을 안고 갈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인사는 “수사심의위원장이 재판장과 같은 위치도 아니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불리를 따지긴 어렵다”면서도 “오해를 사면서까지 (위원장 역할을) 할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 위원장의 공석으로, 심의위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릴 경우 벌어질 상황이다. 심의위원은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명 가운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명을 선정한다. 심의 기일에 투표를 통해 이들 중 1명이 표결권이 없는 위원장 역할을 대행한다. 이 부회장 측과 검찰 수사팀의 의견서를 검토하고 진술을 청취할 위원이 14명이 되는 셈이다.
심의위원들은 이 부회장 측과 검찰 수사팀이 제출한 A4 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검토하고, 양측으로부터 30분씩 진술을 청취하게 된다. 이때 혐의와 관련해 자세한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이후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적정했는지, 기소를 하는 게 타당한지를 토론하게 되는데, 자칫 심의위원들 의견이 7대7로 팽팽히 맞설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수사심의위에서는 혐의별로 분리 의결도 가능하기 때문에 위원들이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 실제 부의심의위원회에서도 이 부회장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간신히 과반을 넘겼다.
만약 이 부회장 기소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불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같다면 해당 안건은 부결된다. 기소 여부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그대로 끝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은 오롯이 검찰에게 넘어간다. 이 부회장 측으로서는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걸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검찰로서도 수사의 정당성을 입증받지 못했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측과 검찰은 심의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물증과 관련자 진술,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는 법원 판단을 들어 기소 필요성을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범죄 혐의 소명에 실패했다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등의 혐의는 정상적 경영활동을 검찰이 확대해석한 것으로 이 부회장은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할 전망이다. 또 경제 위기 속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미칠 부정적 영향을 적극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