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 학수연의 투쟁, ‘진짜 교사’ 나타날 때까지 계속될 듯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대변인인 최모군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 앞에서 학수연 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스페셜경제=신교근 기자] 최근 서울 관악구 인헌고에서 일부 ‘좌파’ 교사가 학생에게 좌편향 사상을 주입한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된 가운데, 학생 20여명이 “교사로부터 ‘너, 일베야?’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해 ‘폭언’ 논란이 일고 있다.

1일자 <동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주 초 ‘반일시위 강요’ 논란 등 인헌고 내부 갈등 문제에 대한 서면조사를 완료했는데, 시교육청이 재학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지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 ‘너 일베냐’라는 질문을 ‘들어봤다’고 답한 학생은 약 20여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폭언을 ‘들어봤다’고 한 학생이 특정 반에서만 나온 것이 아닌 여러 반마다 1, 2명씩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매체에 “응답이 어느 특정 반에서 집중적으로 나와야 해당 학급과 교사에 대한 조사가 가능할 텐데 지금 결과는 다소 산발적으로 나왔다”며 “지금까지 ‘정치 편향 교사’로 언급된 교사 7, 8명과 학생들에 대한 심층면담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인헌고에 대한 시교육청의 추가 조사와 장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고3 학생들이 수능을 앞두고 있는 만큼 추가 조사는 수능날인 오는 14일 이후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해당 논란은 일부 교사로부터 좌파 사상을 주입받았다며 피해를 호소한 인헌고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이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학생들은 사상교육에 무참히 노출돼 온 마루타나 다름 없었다”며 “의무교육 기간 동안 교사들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정치적 기계로 개조돼 왔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학수연에 따르면, 일부 교사들이 교내 연례행사에서 반일 구호를 선창하게 하고, 수업 시간에는 “조국(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혐의들은 모두 가짜뉴스니 믿지 말라”면서 이에 반하는 학생에겐 “너 일베지”라는 등의 폭언을 가해 일부 학생들은 입을 닫아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학수연 대변인 3학년 최모군은 이날 인헌고 정문에서 ‘정치 교사 규탄’ 기자회견을 끝낸 뒤 20분을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아직 사상적 가치관이 덜 여문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한 청소년이 소위 ‘어른’이자 ‘선생’이라는 자로부터 겪었던 그간의 서러움과 앞으로 겪을 고난에 대한 두려움,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학교 측의 압박 등 온갖 감정이 한 데 모여 북받쳤던 것으로 보인다.

교내 일부 ‘좌편향’ 교사로부터 시작된 인헌고 학수연의 반(反)사상독재 투쟁은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진짜 교사’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주목된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신교근 기자 liberty1123@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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