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이달 초 발표 예정이었던 주세 개편안이 연기되면서 업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이번 개편안 발표 연기의 원인을 업계 간 ‘입장차’로 돌리면서 주종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이번 주세 개편은 ‘국산 맥주 역차별’ 논란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특히 맥주업계의 불만이 크다.

게다가 정부가 지난해 7월에도 종량세 개편안 발표 직전에 ‘전 주종 형평성 고려 필요’를 이류로 전면 백지화 한 데 이어, 올해에도 3월에서 5월 초로 미루더니 사실상 ‘무기한 연기’에 돌입하면서 또 다시 백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가격 인상의 우려가 있었던 소주업계는 내심 안도하며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제조 원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현행 종가세에서 용량이나 알코올 농도를 기준을 하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주세개편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김병규 세제실장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업계와 몇차례 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했는데 맥주 업계는 대체적으로 종량제에 찬성했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이견이 있었다”며 “업계 이견을 조율하느라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맥주업계 “종량세 전환 강력 촉구”

주세법 개정에 대한 주류업계의 입장은 크게 국내맥주·전통주 제조업체와 위스키·와인 수입업체는 찬성, 소주 제조업체와 맥주 수입업체는 반대로 나뉘는 것으로 보인다.

양·알코올 도수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의 경우, 맥주와 막걸리·약주·위스키 등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나, 소주나 수입맥주는 가격이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가 주류세 개편을 연기하자 맥주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지난 8일 “잇따른 약속 파기에 매우 큰 유감을 표하며, 벼랑 끝에 몰린 40여개 협회사 전체를 대표해 맥주 종량세 전환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나 맥주업계는 이미 정부의 약속을 믿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종량세 전환 준비를 끝냈지만, 종량세 전환이 늦어지면서 사업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제맥주협회는 올해 맥주 종량세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약 65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 손실과 7500개의 일자리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제맥주협회는 “사실상 ‘공회전’이나 다름 없는 지난 1년의 상황으로 인해 자본력이 없는 수제맥주 업체들은 주세법의 구멍을 이용한 수입맥주의 공격적 프로모션으로 인해 상당수가 폐업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오도 가도 못하고 눈치보는 ‘소주업계’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는 맥주업계와 달리 소주업계는 목소리를 낮추는 모양새다. 국내 소주업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소주와 맥주를 모두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국내 맥주의 수익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손실분을 소주로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일괄적인 주세법 개정은 오히려 주력 상품의 세금을 높아지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주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사실상 세금을 유지하면서 종량세를 도입한다는 것에 의문이 남는다”며 “정부가 주류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면서 업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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