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올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상황에서, 정작 국내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자금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투자기업의 오너 일가와 표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 주주권 행사에서 법적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행동주의 사모펀드들 규모가 대부분 100억원 안팎으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펀드들은 청산 대상인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로 전락하거나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의 국내 대표 행동주의 사모펀드 행동梅(매)주식 전문투자형사모펀드의 설정액은 60억원 규모에 불과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행동梅주식 전문투자형사모펀드는 오는 28일과 29일 주총을 개최하는 현대홈쇼핑과 KISCO홀딩스의 소액주주로 의결권을 결집하고 배당 확대와 이사 선임 등과 관련해 주주제안에 나섰다. 현재 각각 현대홈쇼핑 지분 0.1%와 KISCO홀딩스 지분 1% 초반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페트라자산운용의 코리아 밸류 멀티스트래티지와 코리아 델타 멀티스트래티지의 경우도 현재 설정액이 각각 150억원과 60억원 규모다. 두 펀드는 휴대용 부탄가스 제조업체 태양의 지분 2.77%를 보유한 소액주주로 4.53%를 보유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SC펀더멘텔과 배당 확대 요구 등 주주권 행사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대부분 투자기업의 대주주와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투자기업 오너 일가 지분이 최소 30~40% 이상 달하는 반면에 행동주의 펀드 지분은 5% 미만의 소액주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전문가는 “투자기업의 오너 일가와 표 대결해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로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대거 결집해야 한다. 그러나 행동주의 펀드 투자기업은 대부분 지분이 5% 미만인데다가, 국내 행동주의가 초기 단꼐로 상대적으로 인식이 떨어져 투자자 결집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권 행사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쉽지 않아 그만큼 자금 모집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최근 KCGI의 사례처럼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에는 법적 걸림돌도 많고, 이 점이 자금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KCGI 측도 오는 29일 개최 예정인 한진칼 주총에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21일 서울고등법원이 주주제안을 하려면 회사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는 상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KCGI의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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