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영국 신재생에너지 펀드 5종 설정 후 판매
현재까지 총 535억원 팔려, 각 펀드 만기는 2년1개월
나머지 4개 펀드 상품도 환매 연기 가능성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신재생에너지 펀드는 영국 신재생에너지업체 ‘알링턴에너지(Arlington Energy)’에 발전시설 건설 관련 부지매입과 건설비용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기 위해 설정된 펀드로, 하나은행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포트코리아 UK신재생에너지 1, 포트코리아 UK신재생에너지 2, 골든브릿지스마트솔루션 외 2개 등 총 5개의 펀드를 판매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권준호 인턴기자]하나은행에서 판매한 영국 신재생에너지펀드(포트코리아 UK신재생에너지 1)의 환매 연장이 확정된 지 50여일이 지났지만, 자금회수와 관련해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8년 7월부터 포트코리아 UK신재생에너지 1, 포트코리아 UK신재생에너지 2, 골든브릿지스마트솔루션 외 2개 등 총 5개의 펀드를 판매했다.

 

이들 펀드는 영국 신재생에너지업체 ‘알링턴에너지(Arlington Energy)’에 발전시설 건설 관련 부지매입과 건설비용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 주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다. 

하나은행이 지금까지 판매한 펀드 금액은 총 535억원에 이르며 운용사별 설정금액은 IBK투자증권 165억, 포트코리아자산운용 240억원, 골드브릿지자산운용 130억원 등의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각 펀드의 만기를 펀드 설정 이후 2년 1개월로, 만기 1개월 전부터 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하지만 조건대로라면 지난 9월 말 환매가 이뤄졌어야 할 ‘포트코리아 UK신재생에너지 1’ 펀드의 환매가 연장됐다.

판매사인 하나은행과 운용사인 IBK투자증권, 포트코리아자산운용 등은 지난 9월 해당 펀드 환매 연기가 발표된 직후 해외 운용사 ‘하이퍼에셋’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투자를 받은 알링턴 에너지가 준공한 발전시설을 리세일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상환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아직 자금이 회수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5개 영국 신재생에너지 펀드 중 3개에 가입한 A씨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9월 말 환매가 연기된 ‘포트코리아 UK신재생에너지 1’에 대한 어떠한 자금회수 정보도 들은 게 없다”며 “지난 2019년 9월 20일 펀드 가입 1년 후에 받은 이자 한 차례가 전부”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판매사와의 소통 과정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며 “그 전까지는 아예 연락도 없다가 펀드 만기가 다 돌아와 환매가 연기되니까 이렇게 통보식으로 연락 하는 건 좀 아닌 거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판매사와 운용사가 이 문제에 대해 모두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까지 깜깜 무소식인데, 할 수 있는 일도 딱히 없어 우선 은행과 운용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A씨는 "해당 펀드 상품 뿐만 아니라 앞으로 만기될 펀드가 2개 더 남았는데 이 상품들도 만기 때 상환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부 퇴직금으로 투자한 것인데 상환이 안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해당 펀드를 가입시키기 위해 PB(프라이빗 뱅커)가 투자성향을 임의로 바꾸고 가입자의 서명을 받지 않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A씨는 “저는 퇴직금으로 펀드에 투자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아도 안전하다고 추천받은 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며 “하지만 PB가 멋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결과서에 제 서명도 받지 않고 투자성향을 공격형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가서 제가 해당 PB에게 ‘왜 서명을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때 가서야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해당 펀드와 관련해 실질적인 환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고객이 말한 것처럼 PB가 임의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고객의 투자성향을 바꾸거나 하는 식의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알링턴에너지 측의 리세일 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은행은 판매사이기 때문에 운용과 관련된 문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판매한 5종의 펀드가 동일한 1개 업체에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4개 상품의 환매 연기도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 신재생에너지 펀드 가입자 B씨는 “하나은행이 오는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골든브릿지스마트솔루션)도 환매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며 “나머지 상품들도 만기가 돌아오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신재생에너지 펀드의 설정 당시 투자 운용을 맡은 해외운용사 ‘하이퍼에셋’의 직원과 하나은행의 직원이 서로 연결돼 있었다는 의혹과 해당 펀드의 운용자금과 모집자금에 차이가 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A씨는 “해당 펀드를 기획한 전 하나은행 직원 S씨의 지인인 J씨가 해외운용사 ‘하이퍼에셋’의 이사자리에 앉아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하나은행과 하이퍼에셋의 직원끼리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해당 펀드를 팔았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영국 신재생에너지 펀드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했을 때 펀드의 운용자금과 모집자금이 약 1500만유로(한국 돈 198억여원) 정도 차이가 난다”며 “현재로서는 증발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저희가 말할 수 있는 건 S씨는 퇴사했다는 것”이라며 “나머지 의혹들은 감사 결과를 통해 전부 나올 사안들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권준호 기자 kjh01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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