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달 29일(현지시간)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지금까지 2차전지와 관련한 ‘인력 빼내기’나 ‘기술 유출’ 논란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었지만, 이와 관련해 글로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서 최근 전기차를 중심으로 전세계 2차전지 시장이 과거에 비해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자사 인력 및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분석했다.

특히 같은 국내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한 의지표명을 넘어서 자사의 시장 지배력을 보호를 위함 의미로 풀이된다.

1일 LG화학은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셀, 팩, 샘플 등의 현지 수입을 전면 금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 전지 사업의 미국 법인 소재지인 델러웨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LG화학은 향후 국내에서도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사실상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역시 SK그룹 차원에서 공식입장을 내놓으면서 강력 대응에 나섰다.

SK측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 제기,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함에 따른 국익훼손 우려 등의 관점에서 먼저 유감을 표한다”면서 “SK배터리 사업은 투명한 공개 채용 방식을 통해 국내외로부터 경력직원을 채용해 오고 있다. 경력직으로의 이동은 당연한 처우 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인력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LG화학의 불편한 심기는 이미 각사 1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드러났다. 지난달 24일에 있었던 기업설명회에서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일부 경쟁사가 공격적인 가격으로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SK이노베이션을 적격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역시 지지 않고 다음날인 25일 “저가수주는 외부에서 평가할 처지가 아니며 우리는 경영실적으로 답할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이후 LG화학은 제소 관련해 구체적인 증가자료까지 제시하며 앞선 저가수주 의혹을 제기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LG화학이 제시한 자료에서는 SK이노베이션 입사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동료 전원의 실명도 기술하도록 돼 있었다. 아울러 입사지원 인원들이 이직 전 LG화학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LG화학이 미국에서 소를 제기한 것은 역시 미리 구성해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은 소송과정에서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두고 있어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할 시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ITC가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게 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 예빈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이 기간 동안 SK이노베이션의 행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서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송 제기에 따라서 글로벌 전기차 2차전지 공급증가 속도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수년간 타이트한 공급이 이어질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ITC 소송 결과에 따라 생산 제한과 배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배터리 공장 증설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반해서 LG화학의 경우 소송 비용은 추가될 수 있으나 경쟁사 추격 속도를 늦춰 배터리 수주 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게 되며 제품가격 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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