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면서 재계가 충격에 빠졌다. 심지어 이번 부결은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서 이뤄진 만큼, 국민염금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도 ‘타깃’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 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서 재선임안이 발의됐으나, 부결됐다. 특별 결의 사항으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중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이에 못 미친 것이다.

주식 7004만 946주 총 의결 총수 74.8%가 참석했는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에 35.9%의 표가 몰렸다. 참여 주식 3분의 1 이상이 돌아섰다. 이에 따라서 조 회장은 대표이사로 20년 동안 주도해온 대한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조 회장이 물러남에 따라서 대한항공은 앞으로 조 사장 경영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지난해 3월 23일에 사내이사로 선임됐기 때문에 임기가 오는 2021년까지다.

철옹성 같았던 ‘오너일가’ 이제는 아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해서 지배구조가 약해지지는 않을 보인다. 조 회장 일가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29%를 보유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내이사직에서만 물러난 것일 뿐 직‧간접적으로 경영권을 휘두룰 순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은 재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땅콩회황, 물컵 갑질 등으로 사회적인 논란이 됐다.

이에 국민연금 수탁자위원회는 주총이 있기 전날인 26일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조 회장의 재선임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는 외국인과 기관 및 소액투자자들의 의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주주 행동주의 공세가 기업들을 더 옭아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다수 대기업의 주요 주주로 있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이밖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했으나, 지분율이 낮아 안건은 가결됐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차후 비중을 높이게 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엘리엇매니지먼트나 KCGI 등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까지 나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실제로 엘리엇의 경우 재계 1위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까지 뒤흔들었다. 심지어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5월에 엘리엇의 방해공작으로 인해서 지배구조 개편을 하지 못했다.

재계는 이에 우려의 뜻을 표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연금이 이번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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