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전공협, 의대생 구제 촉구…의정합의 파기도 시사
구제 반대 국민청원 50만 육박…정부 “재접수 기회 쉽지 않아”

▲ 4일 서울대병원에서 한 의사가 출입구에 서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오수진 기자] 의료계가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구제가 안되면 어렵게 마련된 정부·여당과의 의정합의도 파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계속된 실력행사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정부도 구제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는 지난 8일 국가고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에는 전체 응시대상자의 14%만 접수했다. 

 

앞서, 정부는 의대생들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자 접수마감을 2차례, 1주일 이상 연기했지만 의대생들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여당 발언에 분노”…정부에 화살 돌린 의사들
의료계는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거부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고 있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의대생들이 국가고시 거부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여당이 합의한 후 합의문과 상반되는 발언들을 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또 “여당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발언들이 언론에 나오니 의대생들이 분노하고 ‘정부가 합의를 깨뜨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접수해 시험 준비하고 있는 의대생들은 무슨 죄인가’라는 질문에는 “거부하는 학생들이 90%정도 돼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험 거부 학생 비율이 90%니 정상적 절차를 걸쳐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10%가 참아야 한다는 논리’라는 지적에는 “달리 보면 학생들의 시험 거부나 이런 것은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대해서 우리가 거기에 대해서 저항하고 문제점을 제기하는 국민의 기본권리, 전문가가 되는 학생으로서 일정한 의무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성 이사는 “그런 노력에 대해서 충분히 국가가 이해하고 존중해줘야 된다고 저희들은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다.


의료계는 의대생 구제를 이유를 앞서 정부와 합의한 의정합의의 파기까지 시사하고 있다. 


성 이사는 “(의정합의의)전제조건이 의사라든가 의대생에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전제 조건으로 인해서 정부가 과도하게 전공의들을 고발하는 조치에 대해서도 취하를 했던 부분이고. 학생에 대해서도 동일한 노력을 정부가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문에 국가고시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합의문 자체만 갖고 바라보긴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어 “합의문 말고도 또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상의되고 또 서로 공감대가 마련된 부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 반대” 여론 우세…정부도 완강
의료계의 잇단 집단행동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와 관련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에는 은 9일 오후 2시 현재 48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시험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투쟁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집단은 거의 없다”며 “옳고 그름을 떠나 투쟁의 수단으로 포기한 응시의 기회가 어떠한 형태로든 추가 제공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고시를 거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며, 이는 의료계가 생각하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그들에게 차후에 나 자신과 내 가족의 건강을 맡길 수밖에 없는 한 사람으로서 청원 드린다”며 “그들의 생각대로 추후 구제, 또는 특별 재접수라는 방법으로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면 국가 방역의 절체절명의 순간에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총파업을 기획하고 있는 현 전공의들보다 더한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일침했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에서도 구제책 마련에 “반대한다는’는 응답이 52.4%로, 절반을 넘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2.3%에 그쳤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국가고시 거부에 대한 거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대 학생회가 재학생 884명을 대상으로 동맹휴학과 의사 국가고시 거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0.5%가 “지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본과 4학년은 81%가 국시거부에 반대했다. 


정부도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의대생들은 현재 국가시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 국가시험에 응시를 하겠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받은 바는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시험의 추가적인 기회를 논의하는 것 자체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손 대변인은 9일에도 “국가시험은 수많은 직종과 자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치르고 있기 때문에 국가시험의 추가접수는 다른 이들에 대한 형평과 공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며 “국민들의 동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도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오수진 기자 s22ino@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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