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최문정 기자]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정부에서 화웨이 수출 허가권을 따냈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고자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 조치를 시행한 이후, 한국 기업이 공급 승인을 받아낸 첫 번째 사례다.

27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 상무부에서 화웨이에 공급하는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 디스플레이 중 일부 품목의 수출 허가를 받아냈다.

이에 따라 화웨이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지만, 업계는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미국의 핵심 제재 대상이 아니기에 미 정부의 승인을 받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의 고객사 비중에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BOE 등의 저가형 중국 패널 업체에서도 조달 가능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반면, 스마트폰 등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는 다르다. 미국 정부는 아직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 등을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앞서 인텔과 AMD가 받아낸 허가는 컴퓨터나 서버 등에 활용되는 CPU(중앙처리장치) 제품 중심이다. 화웨이의 자체 칩 설계도대로 생산만을 담당해주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TSMC 또한 일부 제품군만 공급 허가를 받았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나 메모리 반도체의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궁지에 몰린 화웨이는 최근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사의 중저가형 브랜드인 ‘아너’의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종합하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생산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수급의 어려움과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저가형 모델의 포기로 인해 생산이 크게 위축된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에 수출 봉쇄가 풀린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주문도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스페셜경제 / 최문정 기자 muun09@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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