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래 제한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IT‧전자 업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통상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다가, 화웨이와 절연할 경우 중국 시장 매출 타격도 크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표적은 IT‧전자 대기업들은 최근 미중 통상전쟁 및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서 경영실적 영향 분석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의 계속되는 압박으로 인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칠 경우, 직접적인 실적 감소하는 것은 물론 화웨이와 무관한 다른 사업 및 현지 생산‧판매 법인 운영 등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 화웨이와 사업적으로 가장 얽힌 곳은 삼성전자다. 화웨이가 서버용,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서 “당시의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화웨이의 경우 삼성전자와 3년간의 특허 분쟁 이후 지난 2월말 ‘상호 특허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고, 지식재산권 부문에서도 관계를 강화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은 화웨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매출(243조7천700억원) 중에서 17.7%(43조2천100억원)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도 16.0% 보다도 더 커진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로 인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화웨이 역시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최근 중국 매출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면서 화웨이 사태의 불똥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올해 1분기 매출(6조7천700억원) 가운데 중국이 절반 가까운 47%(3조1천600억원)에 비해서 10%나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매출 비중이 전체 34.4%에서 31.0%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또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중국의 우시와 충칭에서 현지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 자회사만 13개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은 국내 기업은 또 있다. 바로 5G 이동통신만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다. 다만, 대표 계열사로 꼽히는 LG전자의 경우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내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화웨이라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양국이 ‘제2의 냉전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라며 “경제 논리만 적용할 경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과의 거래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향후 사태 추이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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