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지난해 1,600억원 부도로 충격을 안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깡통어음 사건’과 관련해 법적 책임이 있다는 의견을 경찰이 검찰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깡통어음사건이란 작년 국내 증권사끼리 사고 판 각각 수백억원대의 기업 어음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사건이다. 당시 다수의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피해를 봤으며 중국으로의 국부유출이 아니냐는 논란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 사건은 지난 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한화증권 심 모씨와 이베트스증권 정 모씨의 수재 및 사기혐의에 대한 것인데, 이들이 깡통어음사건 과정에서 뒷돈을 받고 이 대가로 CERCG캐피탈(CERCG의 역외 자회사) 회사채를 무리하게 어음화(ABCP)해 국내 증권사들에 판매한 것으로 경찰이 결론 내린 것.

주목할 것은 법인인 한화증권과 이베스트증권도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법적책임이 있다고 판단 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같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는 것이다. 개인 범죄혐의를 넘어 법인까지 경찰에서 같이 기소의견으로 넘긴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본사(출처=네이버항공뷰)
경찰, ‘자본시장법 양벌규정’ 한화·이베스트 증권 적용가능 판단


경찰이 심 모씨와 정 모씨의 소속 법인인 한화·이베스트 증권을 기소해야 한다고 본 것은 해당 직원들이 위반한 자본시장법 178조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목적으로 위계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본시장법은 178조를 금융사 직원이 어겼을 경우 소속 법인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양벌규정(448조)’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관리·감독 소홀’ 부분은 직원이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다면 양벌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근거가 있지만, 경찰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본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그간 한화·이베스트 증권은 지속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버텨왔다는 점에서 향후 더 큰 파장으로의 확장이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 한화·이베스트 증권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로는 미래에셋대우, 교보증권등에서는 이건에 대해 검토하고도 실사 후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진행하지 않았으나 한화증권은 실사 없이 진행하고 ABCP 국내 증권사에 판매했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이번 경찰의 수사 결과도 이같은 한화·이베스트 증권에 대한 비판여론에 근거를 더해주고 있다. 그간 증권가에서 직원의 일탈 또는, 금융사고 발생 시 이들에 대한 1차 조사와 처벌 진행은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의 몫이었지만, 법인에 책임을 묻는 건 추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증권사 조사가 진행됨은 물론 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화·이베스트 증권에 대한 책임론은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도 윤석헌 금감원장이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의 ABCP 발행 법적 책임소재 회사 질의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거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깡통어음사건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품을 유통시켜 1,650억원의 국부가 유출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혼란을 초래한 것”이라며 “이번 수사결과를 계기로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스페셜경제 / 김은배 기자 silvership@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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