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설 연휴 이후 주주들 사이의 세(勢) 대결 양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수 주주(경영권을 쥐고 있지 않은 주주)의 주주제안을 KCGI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쪽에서 내놓으면서, 조원태 한진 회장의 경영권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3월 주총 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 강성부 KCGI 사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등 한진경영권 분쟁의 주요 당사자들이 각각 세 규합과 연합을 시도하면서, 조원태 회장 진영과 조현아 전 부사장 진영이 정면충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3자 연합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주주제안 제도란 소수주주가 주주총회에서 경영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진칼과 같이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인 상장사는 주주제안을 하기 6개월 전부터 지분 0.5% 이상을 갖고 있으면 된다. 이사 선임, 이사회 구성, 자산 매각, 사업부 분할 등 경영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제안할 수 있다. 단 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사안과 임기 중에 있는 임원을 해임하는 내용 등을 할 수 없다.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부사장, 강성부 사장 등이 어더한 주주제안을 내놓고 다른 주주들을 규합할 지가 핵심이다. 지난해 주주총회의 경우 KCGI는 사외이사 2명과 감시 1명을 지정해 선임하고, 대표이사인 석태수 태한항공 부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한진칼이 KCGI가 지분을 취득한 시점이 주주제안 6개월이 안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소송까지 갔으나 결국 KCGI가 패소했다.

한진칼은 2018년에는 3월 23일, 2019년에는 3월 29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는 3월 셋째주와 넷째주 금요일에 해당한다. 올해에 경우에 대입하면 3월 20일과 27일에 해당한다. 이를 감안하면 주주제안 시한은 2월 5일 또는 2월 12일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지난 21일 KCGI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 주주제안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KCGI는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대표이사 연임을 위해 대한한공 한진칼로 파견을 보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서 “총수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계열회사인 대한항공의 인력과 재산을 유출하는 것”이라며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때문에 주주제안 과정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강성부 사장-권홍사 회장 체제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KCGI가 조원태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세 사람의 회동을 가진 이후라는 점에서 ‘3자 연대설’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주주제안 내용은 KCGI가 지난해 1월 20일께 발표한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기초로 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KCGI는 CEO 등 경영진을 선임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지배구조위원회, 임원 보수를 책정하는 보상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호텔 및 리조트 사업을 구조조정해 부채비율을 줄일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여기에 항공기 부품 제작 및 정비 사업부를 분산한 뒤 키우고, 항공기 및 엔진 보유 방식을 바꾸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핵심은 한진 대주주 일가의 힘을 빼고 사외이사의 경영 참여를 늘리자는 것이다.

KCGI의 지난해 발표안에는 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새 대표이사를 선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더하면 조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등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주주제안이 나올 수 있다. 다만, 호텔 및 리조트 사업의 경우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주주제안에서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페셜경제 / 선다혜 기자 a40662@speconomy.com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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