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영(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대표 회동에서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11.25.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체계·자구심사 종료 기한을 하루 남기고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형성된 여야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공조가 복원되는 모습이다.

지난 4월 30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은 8월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의결을 통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심사 단계에 있다. 26일이면 체계·자구심사 기간 90일이 종료되고 27일부터 본회의에 부의된다.

하지만 기간의 계산에 있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다르다. 정개특위 의결이 있기 하루 전 한국당이 안건조정위원회(조정위) 구성을 신청했기 때문.

국회법에 따르면 조정위는 최장 90일의 범위 내에서 위원장 및 간사 간 합의를 통해 활동기한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조정위 의결이 구성 당일 이뤄지고 이튿날 정개특위 전체 의결로 이어진 것을 두고 한국당은 ‘날치기’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선거법 개정안의 심의 마감이 내일인데도 자유한국당은 당대표도 원내대표도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며 “또다시 지난번처럼 물리적으로 저지할 작정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17일부터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므로 그 때까지는 사법개혁 법안과 함께 선거법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국당이) 전혀 입장변화가 없다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현역 국회의원 평가에 ‘하위 20%’는 공천에서 배제하고, 하위 20% 계산에도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인적 쇄신의 폭이 당초보다 넓어질 것이란 계산이 나온 상황이다.

특히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 18일 설치된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위원장 김경협)와 예비후보자자격심사이의신청처리위원회(위언장 김철민) 구성을 완료하는 등 본격적인 자체 심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 등 야3당 대표들은 지난 23일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선거제 개혁 2019 여의도 불꽃집회’를 연 데 이어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를 위해 사회 각계 원로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지역구-비례대표 비율과 의원정수 문제 등에서 저마다 의견을 달리하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야3당은 칼끝을 선거제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한국당을 향하며 다당제와 대표성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 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 간 고성이 오간 것을 두고 “그 자리에서 확인된 것은 한국당과 합의해서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선거제를 위해 1여 3야 4당 콘크리트 공조를 지난번 패스트트랙을 만든 것처럼 간단하게 (이루면 된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관저에서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사진=청와대 제공) 2019.11.10.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70년 기득권 정치를 바꿔 특권정치를 교체하라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삶과는 동떨어진 양당정치는 격렬하기만 할 뿐 어떤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불모의 정치시대를 끝내야 한다”며 “우리도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처럼 연정을 제도화할 수 있어야 하고 이번 선거제의 목표는 다당제를 기점으로 한 연정 제도화의 틀을 만드는 것”이라 덧붙였다.

현 선거제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던 당시 원내대표였던 민주당 홍영표·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은 이날 오후 대안신당 유성엽 대표와 만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한다.

다만 이날 회동은 여야4당 공조 복원을 위한 ‘4+1(여야4당+대안신당) 협의체’ 가동을 위한 사전협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4+1협의체가 가동된다는 것은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구성된 여야 공조가 다시 활성화됨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당은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며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잠정 연기되었음에도 황교안 대표는 엿새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철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엿새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찾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11.25.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 대표께서 단식을 시작한 이유, 단식을 계속해가는 이유는 패스트트랙의 전 과정이 불법이고 무효이기 때문”이라며 “또한 그 내용은 자유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를 침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어 “지금 여당은 패스트트랙은 그대로 두고 협상하자고 한다. 그것은 한 쪽에 칼을 들고 협박하면서 협상하자는 것”이라며 “협박을 할 것인가 협상을 할 것인가. 패스트트랙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철회한 뒤 협상하면 협상다운 협상이 비로소 시작될 것이고 합의의 정치가 복원될 수 있다”고 전했다.

선거법은 27일부터 본회의에 부의된다. 부의는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상태에 놓인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진통을 겪고 있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기한과 검찰개혁 법안 부의가 각각 내달 2일과 3일로 예정된 만큼 선거제를 별도로 처리하진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야당 의원들과 접촉하며 선거법과 검찰개혁안의 분리 처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야당 측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결국 분수령은 검찰개혁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12월 3일 이후 열릴 첫 본회의가 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의결정족수를 위한 의석 확보 한계로 한국당이 또다시 물리적 저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며 동물국회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 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수영 기자 brumaire25s@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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