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비상경영’을 선포한 CJ그룹은 30일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인적쇄신에 나섰다.

올해 정기 인사에서는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하면서 임원 규모를 전년대비 대폭 줄인 것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기존 ‘실’을 없애고 ‘팀’제로 전환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는 최근 사업 확장으로 인한 채무급증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알짜배기’ 자산을 잇따라 매각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CJ그룹이 빠른 시일 내에 경영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CJ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고 30일 밝혔다. 발령일자는 오는 1월 1일이다.

CJ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19명을 신규 임원으로 발탁했다. 지난해 35명의 절반에 그친 규모다. 인사에 앞서 지주사의 인력 절반 가량인 200여명을 계열사로 보냈다.

임원을 줄여 비용을 낮추는 한편 비대해진 지주사를 슬림화하고 계열사로 인원을 분산시켜 계열사의 책임경영 강화와 업무를 효율화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내년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 및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며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이번 임원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간판 계열사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겸 식품사업부문 대표에 강신호 총괄부사장을 앉힌 것도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한 조치다.

강 신임 대표이사는 지난해부터 식품사업부문 대표를 지내며 ‘비비고’ 브랜드의 확산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이를 통해 ‘K-푸드’ 확산을 가속화하고, 가정간편식(HMR) 등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선도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4년 CJ프레시웨이 대표를 맡은지 1년만에 사업구조 개선을 통해 영업이익을 3배 이상 올려놓고, 140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도 흑자로 돌려놓기도 했다.

또 최근 CJ제일제당의 실적은 전체적으로 부진했으나, 그가 거쳐간 식품사업부문의 실적은 비교적 양호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 신임 대표이사는 2016년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장으로 이동했는데, 그해 CJ제일제당은 식품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그는 향후 실적부진과 재무부담이라는 이중고를 해결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CJ제일제당은 2017년 브라질 사료업체 셀렉타를 3600억원에, 지난해 미국의 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2조원에 잇따라 인수했다.

이로 인해 2015년 5조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지난해 7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3분기에는 9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불과 4년 만에 차입금이 2배 가까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총괄부사장,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부사장


여성 약진·임원 평균연령 낮아져 ‘세대 교체’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 겸 그룹 CDO(Chief Digital Officer)에는 차인혁 부사장을 각각 내정했다.

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와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 CJ대한통운 윤도선 SCM부문장 등은 각각 부사장대우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차 신임 대표이사는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지난 9월 CJ그룹에 영입됐다. 오랜 기간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그룹 전반의 DT전략 및 IT 신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CJ올리브영 구창근 대표이사 역시 외국계 브랜드와의 경쟁 속에 토종 ‘헬스앤뷰티 스토어’의 지속 성장을 견인, 중소 K뷰티 업계와 상생의 산업 생태계를 공고히 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스튜디오드래곤 최진희 대표이사도 ‘호텔델루나’, ‘아스달 연대기’ 등 웰메이드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K드라마의 확산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CJ 여성임원 중 내부승진으로 부사장까지 오른 사례는 최대표가 처음이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여성의 약진과 낮아진 평균 연령이 두드러진다.

신규 임원 중에는 4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새 여성 임원에는 영양사 출신으로 뛰어난 영업실적을 낸 배수영 CJ프레시웨이 FS본부장, 영화상영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 박정신 CJ CGV 신성장담당 등이 포함돼 역시 성과주의 기조를 따랐다.

이번 인사로 임원 평균 연령은 45.3세로 지난해(47세)보다 낮아졌다.

 

[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 / 김다정 기자 92ddang@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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