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이인애 기자]산업은행이 경영진에 수십 억 원의 성공 인센티브까지 약속하는 등 KDB생명 매각에 열을 올리며 벌써 네 번째 매각 시도를 했지만 시장에선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보험업황 자체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KDB생명이라는 기업 자체의 문제 탓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산업은행이 자회사 KDB생명보험에 대한 매각을 시작했는데, 이는 벌써 네 번째 랭도였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3월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PEF를 통해 KDB생명 인수 이후 세 차례나 매각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산은 이동걸 회장은 매각 성공 시 경영진에 최대 45억원의 성공보수를 지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매각 의지를 불태웠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지난 11월 중순 투자의향서를 받아 입찰적격자를 선정한다는 것이 산은의 계획이었으나 입찰의향을 보인 곳이 없어 연내 매각협상자를 찾겠다는 계획은 무산됐다.

한편 최근 푸르덴셜생명은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 측이 매각을 추진하면서 하나금융지주가 단독 입찰에 참여하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KDB생명과는 전혀 다른 매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KDB생명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유독 인기가 없는 이유로 업계 전문가 등은 기업자체 메리트 부족과 보험업황 부진, 경쟁력 있는 매물들 대거 등장 등을 꼽고 있다.

KDB생명은 그동안의 매각 실패 이유가 경영지표가 불완전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작년 정재욱 사장 취임 이후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연내 2400억원, 내년 5000억원 등 총 74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3%대로 금리를 낮춘 1200억원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해, 도입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응 여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 같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꾸준히 자본을 늘려온 KDB생명은 정재욱 사장 취임 시 100%였던 지급여력비율(RBC)을 올해 6월 말 기준 232%까지 높였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권고수준은 150%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KDB생명은 올 상반기 작년 동기에 비해 5배 많은 3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도 개선한 모습이다.

이처럼 경영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보험사 인수에 선뜻 나서는 금융지주사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KDB생명의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실제로 KDB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금융지주사들은 과거에 판매한 확정고금리 상품과 현재 보유 중인 저축성보험 물량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품들은 고객이 중도해지를 하지 않는 이상 일시적으로 물량이 빠지기 어려우며, 특히 고금리 상품에 대한 리스크를 오래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새 회계기준 도입 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푸르덴셜생명은 자산규모가 중소형사 수준이지만 오랜 기간 동안 남성설계사 중심의 영업채널을 구축하고 종신보험을 대거 판매하는 등 특색을 보였으나 KDB생명은 그런 특색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부진한 보험업황도 KDB생명의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인수자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보험업황 부진으로 외국계 생보사들도 매물로 나오고 있어 비교적 경쟁력이 떨어지는 KDB생명의 매각이 더욱 힘들어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DB생명 매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각가를 낮추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현재 이동걸 회장이 예상하고 있는 7000~8000억원에서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셜경제 / 이인애 기자 abcd2ina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