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체계 간소화의 서막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세금은 국민들의 소득 일부분을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하다 보면 소득이 없더라도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손해보고 주식을 팔아도 증권거래세를 내고, 여러 펀드에 투자해 전체적으로 손실을 봤는데도 한 개 펀드에서 수익이 나면 그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가 최근 증권거래세를 0.3%에서 0.25%로 소폭 낮추겠다고 발표하면서 불합리하고 복잡한 과세제도를 재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는 ‘손익통산’(손실과 이익을 통합 계산해 세김을 매기는 법)이라는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정하고 싶어하는 기획재정부가 법 개정에 미온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관성 없고 복잡한 과세체계에 ‘누더기 세금’ 빈번


국내 자본시장 과세 체계는 치밀한 정책설계 후에 진행된 것이 아닌, 한국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그러다 보니 금융상품에 따라 과세 대상 소득이나 세율이 제각각 적용되는 등 일관성이 없고 복잡하다. 예를 들어, 주식을 사고 팔아 얻은 수익은 양도소득으로 분류되지만, 펀드 매매 차익은 배당소득으로 분류되어 금융소득 분리과세(2000만원 이하 15.4%) 대상이다. 그런가 하면 채권 매매 차익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식이다.

금융상품에 투자한 뒤 거둔 손익이 합산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연 2%짜리 국채, 중국 및 미국 주식형 펀드, 연 7%짜리 ELS(주가연계증권) 등에 1년 동안 1억원을 분산투자했다고 가정하자. 현행 제도에서는 국내 주식 투자로 500만원을 잃고 해외 주식 투자로 500만원을 벌면 손해 본 500만원은 차감하지 않고, 해외 주식 양도차익 가운데 250만원(250만원까지는 비과세)에 대해서만 22%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중국 펀드에서 500만원의 수익을 내고 미국 펀드에서 5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경우에도 중국 펀드 수익 500만원에만 과세 대상 소득으로 잡는다.

또 현행 제도에서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 상품을 통틀어 손실과 수익을 합산한 순익이 500만원이라면, 세금을 매길 때는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수익 700만원(배당소득 500만원, 양도소득 2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최근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위는 금융 상품별로 분류된 과세 규정을 폐지하고, 사람별로 손익을 통산해 순소득에만 과세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과세체계 간소화 성공한 일본 제도 따라갈까​…전망은 불확실

현재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개편안은 일본 자본시장의 과세제도와 비슷하다. 1990년 초 증권거래세를 폐지한 일본은 주식·채권·펀드의 매매 손익과 이자·배당소득을 모두 통산하는 방식으로 과세 체계를 간소화한 바 있다. 투자 수익은 20.315% 단일 세율을 부과하고, 전체 투자 금액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다음 3년간 투자수익에서 공제하는 ‘손실 이월 공제’ 제도도 도입했다. 예컨대 이번해 1000만원의 투자 손실을 본다면 내년에 500만원의 수익을 내도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특위가 제안한 개편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는 이를 반기면서도 세제 당국에서 법안 개정에 나설 것인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스페셜경제 / 김봉주 기자 seraxe@speconomy.com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