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 결정
“기소 당연” VS “심의 꼭 필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왼쪽 두번째)이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 대한 검찰 시민위원회가 열리는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 경제=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놓고 검찰과 삼성이 다시 맞붙었다. 양측은 11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놓고 2차전에 나섰다..

 

앞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격돌했던 검찰과 삼성은 만족스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법원은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수사가 근거가 있다고 보면서도 범죄 혐의의 소명이나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 등에 판단을 유보했다. 이로 인해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을 저지한 대신 향후 법정다툼을 대비해야 할 처지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를 실패했지만 수사의 명분은 챙겼다. 사실상 무승부인 셈이다.

 

향후 기소와 수사 진행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검찰과 삼성의 공방이 예상된다.

 

기소하려는 검찰-막으려는 삼성의 재대결

 

이날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검찰과 이 부회장 등 신청인 측이 낸 의견서를 살핀 뒤 의결 절차를 거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할지 논의에 들어갔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데다 사안이 복잡한 점을 감안하면 결정까지 5~6시간은 걸릴 전망이다.

 

부의심의위원회는 교사, 주부, 전직 공무원, 택시기사, 자영업자 등 15명의 시민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비공개 회의를 열어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작성한 A4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 10명 이상의 위원이 출석해 이 중 과반이 수사심의위 개최를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따라야 한다

 

통상 수사심의위는 2~4주 이내 개최되는데 부의심의위원회와 마찬가지로 15명의 시민으로 구성된다. 10명 이상 위원이 참석해 과반수 찬성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가 타당한지, 수사를 계속 진행할지 등을 결론짓는다.

 

수사심의위가 열린다면 검찰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물론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만 있기 때문에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기소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점을 고려해,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존중해왔다. 지금까지 심의위에 회부된 사건 8건에서 검찰은 심의위 결정을 모두 따랐다. 수사심의위가 검찰 수사와 기소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검찰은 수사 정당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나아가 스스로 만든 개혁안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검찰 개혁 의지는 말 뿐이었다는 비난도 면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검찰과 삼성은 시민의 상식에 적극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설득한 대상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 더욱이 당사자 출석 없이 오로지 사건 기록과 의견서만으로 판단하는 만큼, 각각 수사의 공정성(검찰)과 무리한 수사(삼성)에 방점을 찍으며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수사의 적정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등이 이 부회장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졌고, 이 부회장이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았다는 물증이 다수 확보됐으므로 기소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수사 과정에서 불리한 피의자들이 수사심의위 제도를 악용하거나 남발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반면 삼성은 수사심의위의 필요성을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영장 기각,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법원의 판결 등을 근거로 기소의 부당성을 강조하면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외부 시각에서 평가받고자 검찰이 스스로 도입한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와 맞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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